“월드 1945” 김서형 내레이션, 브레턴우즈 격돌→달러가 왕관을 쓴 밤의 진실
따스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열어가는 김서형의 내레이션이 다큐멘터리 ‘월드 1945’의 마지막 장을 깊게 물들였다. 영화보다 치열한 현실, 20세기 중반 세상의 권력지도가 다시 그려지던 순간을 카메라가 따라가자, 미·영 대표들의 팽팽한 긴장과 타협의 이면이 조용히 드러났다. 이제껏 미처 알지 못했던 달러 기축 통화의 운영진과 왕관 쟁탈의 역사적 서사가 시청자에게 잔잔한 충격과 질문을 남겼다.
‘월드 1945’ 3부 ‘왕관의 무게, 달러’는 한 편의 거대한 인간극장을 방불케 하며, 미국과 영국이 맞붙던 브레턴우즈 회의장의 공기를 세밀하게 그려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지휘 아래 모였던 미국의 대표단, 그리고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쇳소리 나는 논리, 그 맞은편에서는 해리 덱스터 화이트가 현실적 야심을 내비치며 대립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두 나라 모두 하나의 국제은행, 하나의 새로운 화폐를 꿈꿨으나, 세계의 지배권을 두고 선택된 길은 달랐다.

협상장에는 이상과 현실, 공동체적 희망과 절대 권력의 속내가 정면으로 엇갈렸다. 케인스가 주장한 ‘방코르’라는 국제 화폐의 도입 아이디어는 결국 화이트의 미국 중심 달러 체제와 거칠게 부딪혔다. 치열한 신경전과 모멸적 언사가 난무한 회의 끝, 역사는 미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과정에서 ‘달러 패권’은 어떻게 시작됐으며, 각국의 꿈은 어떻게 교차했는지 방송은 조용히 다시 묻는다.
카메라 안팎을 넘나드는 김서형의 절제된 목소리가 이 모든 긴장에 깊이를 더했다. 무엇보다 냉정한 데이터와 인간의 욕망, 굵직한 결단이 맞물린 브레턴우즈의 마지막 밤이 생생하게 그려지면서, 오늘날까지 여운을 남기는 경제 권력의 근원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세기의 협상과 금권의 역사로 그려지는 이 마지막 이야기는 8월 24일 밤 9시 30분, KBS 1TV ‘월드 1945’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