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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가족과 떠나는 도심 속 여행”…대전의 자연과 과학이 만나는 순간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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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계절, 유독 흐린 오늘 대전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예전엔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찾던 대전이었지만, 이제는 과학과 자연, 그리고 온 가족을 위한 즐거움으로 채워진 일상 여행지가 됐다.

 

대전의 아침 공기는 19.4°C의 차분한 기운과 87%의 짙은 습도를 머금고 있다. 남동풍이 몸을 감싸며, 도심 곳곳엔 흐린 하늘 아래 부드러운 가을 정취가 내려앉았다. 이렇게 나른한 날씨에도 대전 곳곳에는 특별한 일상을 누리기 위한 발길이 이어진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대전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대전

도심 한복판에서 만나는 대전오월드는 가족단위 방문객들 사이에서 인증샷 명소로 꼽힌다. 이곳 주랜드에선 동물들과 직접 교감할 수 있고, 플라워랜드에선 계절별로 피는 꽃들의 변주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이랜드의 놀이기구는 아찔한 추억을, 밤이 되면 펼쳐지는 나이트유니버스는 환상적인 빛 축제를 선물한다. SNS에는 “밤이 내리면 모두가 아이가 된다”는 감상들이 이어졌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대전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주말에 가까운 도심 여행지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60%를 넘겼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도심 내 복합테마파크와 자연휴식 공간의 인기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대전의 또 다른 숨은 공간, 한밭수목원은 분주한 일상 속 산책 코스이자, 아이를 위한 자연학습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을 찾은 한 부모는 “도심 한복판에 이런 초록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잠깐의 산책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도심 속 안식처 찾기’라 명명한다. 식물의 계절 변화 속에서 작은 쉼표를 찾으려는 도시인의 욕구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국립중앙과학관에는 아이 손을 잡은 가족들뿐 아니라, 연인과 친구 단위 방문객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전시관과 체험관에서 과학 원리를 직접 만지고 느끼는 경험은 “공부”가 아니라 “놀이”에 가까운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과학이 이렇게 가깝다니 신기하다”는 10대 청소년의 반응도 담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대전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날이 흐려도 실내·실외 모두 즐길 수 있어 좋다”, “과학관에서 아이보다 내가 더 신난다”는 공감의 글이 이어진다. 무심코 지나는 일상에 작고 새로운 리듬을 선물하는 장소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흐린 날씨마저 진득한 휴식의 배경이 돼주는 도심 속 여행. 대전의 이런 여정은, 가까이에서 자연과 과학을 경험하고,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무심코 되새김질하게 만든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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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전오월드#국립중앙과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