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최수종, 바다와 섬이 건넨 여름의 생명력”…비양도 꽃멸치→소박한 삶의 깊이
바람이 속삭이며 깨어나는 비양도의 아침, 최수종이 펼치는 ‘한국인의 밥상’은 한 장의 수채화처럼 섬사람들의 여름을 담아냈다. 노을 빛이 스며든 바닷가에서 꽃멸치와 돌문어로 수놓은 식탁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출렁이게 했다. 꽃멸치를 따듯하게 쥐고 문어단지를 걷어 올리는 손길마다 섬의 곡진한 삶이 스며 있었고, 쉰 명 남짓한 주민이 살아가는 물의 섬에는 세월의 향기와 노동의 굳은살이 여전했다.
열일곱 소년에서 비양도를 품에 안은 어부로 살아온 차원석 선장, 해녀의 숨비소리를 닮은 강인함으로 그물을 만지는 문복순 씨, 그리고 딸 차은경 씨와 고순애 씨의 동그란 미소는 소박한 풍요의 증명이었다. 해녀들은 어린 시절 기억이 담긴 등불을 의지해 새벽 바다로 나섰고, 손끝에 닿는 꽃멸치의 은빛 물결은 오늘도 식탁 위 담백한 반찬이 됐다. 한켠에서는 가족이 둘러앉아 꽃멸치튀김, 배춧국, 젓갈을 나누고, 삶의 힘을 불어넣는 통문어인삼고음과 톳오디무침이 초여름 바다 내음과 함께 퍼져갔다.

비양도의 삶은 언제나 바다와 함께였다. 부족한 물을 쏟으며 돌담에 빗물을 모으던 과거, 원담을 일흔 해 동안 쌓아 올린 이방익 어르신의 손에는 파도와 세월이 눅진하게 배어 있었다. 그의 아들 이상수 씨와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바닷가에서 추억과 지금을 함께 쌓아갔다. 들이닥치는 꽃멸치는 풍요이자 그리움이 됐고, 양념꽃멸치조림부터 오징어물회, 박대회 같은 이름 아래 삶의 이야기가 진하게 배였다.
도시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바다 밥상을 지켜낸 이들, 박영실, 박영미 자매와 여든 너머에도 물일을 이어가는 김영자 어르신은 어머니와 딸의 연대로 가사리범벅, 성게파래국, 파래전 같은 서정적 음식을 건넸다. 밭에서 바다로, 부족함을 고요하게 이겨내며 엄마의 마음으로 내어주는 식사는 매끼가 위로였다.
그러기에 비양도 여름은 섬 이름처럼 날아와 힘든 이들의 삶에 작은 무늬를 새기고, 무너진 담을 다시 쌓는 힘과 사계의 위로를 매일 차려낸다. 바람과 파도, 햇살과 가족이 어우러진 밥상 위로 삶의 지혜가 올랐다.
비양도의 자연과 이웃, 소박한 식탁의 위로를 최수종과 함께 따라가는 ‘한국인의 밥상’ 여름 비양도 편은 7월 3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시청자 곁으로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