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메모리 수요 새판 짠다”…모건스탠리, 업황 진단 확 바꿨다
반도체 업계가 최근 모건스탠리의 업황 전망 전환과 맞물려 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무관하게 확장되는 AI(인공지능) 수요에 힘입어, 시장 전반에서 가격 강세와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정부의 기술 투자 지원 정책과 겹쳐 산업 현장이 받게 될 장기 파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그간 신중했던 반도체 투자 시각을 ‘매력적’으로 상향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치도 끌어올렸다.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과 AI 서버, 모바일 D램 등 차세대 메모리 부문 수요가 가격 상승세를 견인한다는 분석이다. 메모리 사이클의 정점이 2027년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업계를 고무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과거 ‘겨울이 온다’는 비관적 표현에서 ‘따뜻한 겨울’로 논조를 바꾸며, 메모리 업계에 신호를 보냈다.

이러한 전망의 배경엔 AI가 이끄는 수요 지형 변화가 깔려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라 HBM 등 첨단 메모리에 대한 주문이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경기 부침과 상관없이 메모리 수요가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구글은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12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그간 경기침체기마다 위축됐던 메모리 수요 구조가 AI 기반 산업 등장으로 뒤집히고 있다.
시장구조 역시 급변 중이다. AI의 활용 무게가 ‘학습’에서 ‘추론’ 단계로 이동하면서 HBM외에도 범용 D램,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다양한 메모리 제품군에 대한 수요가 튀고 있다. 추론(인터런스) 처리는 학습보다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해야 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HBM 포함 D램 가격이 13~18%가량 오르고, 범용 D램도 8~13%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는 2017~2018년 호황기의 최고치를 뛰어넘는 슈퍼사이클 진입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2025년 출시 예정인 6세대 ‘HBM4’의 판매 트렌드가 시장 흐름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분석 변화에 힘입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관련 기업들의 투자 확대·생산 증설 방향성에도 이목이 쏠린다.
정부 역시 AI·반도체 연동 정책 강화와 인프라 확충 지원을 병행하며 민간 투자 심리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 등 주요 업체들은 생산성 개선과 공급망 안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신규 설비 투자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AI 추론 중심 시장이 본격화될수록 메모리 기업의 수익성이 추가 개선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한다.
또한 미국·대만 등 글로벌 메모리 강국도 AI 데이터센터 수요 대응을 위해 대규모 투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AI가 반도체 시장의 사이클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며 산업구조 재편 신호로 읽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현장에선 ‘성장 낙수’ 기대와 함께, 소재·장비 국산화와 가격 변동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모건스탠리의 전망 변화가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던지는 파장과 더불어, AI 주도 시장의 속도와 기업·정책 대응의 일치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정책과 시장의 속도 차를 어떻게 좁힐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