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한옥과 산사”…구미, 흐린 날씨 속에서 만나는 조용한 휴식

요즘 흐린 날씨에 조용한 산사나 한옥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맑은 하늘만 고집하던 때와 달리, 촉촉이 내리는 비와 잿빛 구름 아래에서 오히려 마음을 쉬게 하는 여행이 일상이 되고 있다.  

경상북도 구미시는 그런 고요한 여행에 딱 알맞은 도시다. 금오산의 짙은 녹음과 역사 깊은 유적지, 그리고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는 테마파크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13일 오후 구미에는 흐린 하늘과 약한 비가 내리며, 18도를 조금 넘는 선선한 날씨가 이어진다.  

현지에서 만난 가족들은 “날이 흐려도 아이들과 실내외에서 충분히 놀 수 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구미 남통동의 금오랜드에서는 아이를 위한 놀이기구와 사계절 썰매장, 빙상 스케이트장이 운영되며, 빵 내음 가득한 카페와 조용한 동물원까지 갖춰진 덕에 쉴 틈 없는 하루가 이어진다. SNS에는 “비 오는 날 실내 즐길거리가 많고, 흙길에 고인 물마저도 추억”이라는 인증 사진이 꾸준히 올라온다.  

문화유산을 좋아하는 여행자는 해평면으로 발길을 옮긴다. 비가 촉촉이 내리는 산사 길을 따라 도리사를 오르면, 고요한 자연과 천년 고찰이 어우러져 평소와는 사뭇 다른 차분함이 밀려온다. “유난히 흙내음이 진하게 느껴졌다”는 방문객의 말처럼, 흐린 날의 절집 풍경에는 묘한 울림이 있다.  

쌍암고택도 빛난다. 조선 영조 때 지어진 이 한옥은 사랑채와 안채, 마당 너머에 펼쳐진 담장까지 단정하게 가꿔져 있다. 오늘날에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돼 붐비지 않는 고택의 고요함을 깊이 호흡할 수 있다. 느긋하게 한옥의 잔치를 감상하고, 흐린 날씨 덕에 더욱 선명해진 풍경을 사진에 담는 사람들이 많다. “옛집 대청에 앉아 있자니 비 소리가 잊고 살던 감정을 꺼낸다”는 감상도 들려온다.  

전문가들은 날씨에 얽매이지 않고 여행의 목적을 바꾸는 최근 트렌드를 주목한다. “흐린 날의 한옥이나 산사 여행은 휴식 이상의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그만큼 현대인의 삶에 조용한 쉼표가 더 필요한 신호”라고 트렌드 분석가 김지연씨는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여유롭다. 한 이용자는 “계절 가리지 않고 조용히 걸을 수 있어 좋다”, 또 다른 방문자는 “한옥, 산사, 공원 어디서든 비 오는 날이 오히려 더 특별하다”고 공감했다.  

결국 구미에서의 하루는 맑음만을 기다리지 않아도 충분히 잔잔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