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미국은 날강도·적대세력”…북한, 트럼프 대화 의지에 강경 대응 고수
정치

“미국은 날강도·적대세력”…북한, 트럼프 대화 의지에 강경 대응 고수

조현우 기자
입력

북미 간 상호 인식의 간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 재개 의지를 강조하는 가운데, 북한은 오히려 미국을 ‘적대세력’과 ‘날강도’로 규정하며 강경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양국이 접점을 찾지 못하며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가 장기 교착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공개 석상에서 “북한과의 갈등이 있다면 반드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미 대화의 문을 다시 열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대화 신호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위대한 조선로동당의 성스러운 80년혁명 영도사를 긍지 높이 펼친다’ 기사에서 “적대세력들은 우리 스스로가 자력갱생의 길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 10여년간 극악한 제재 봉쇄에 매달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노동신문은 “적대세력들이 침략전쟁 책동에 광분하고 제재의 올가미로 우리의 명줄을 조이려 할 때도, 우리 공화국의 군사적 강세에 질겁해 ‘완화’의 기미를 보일 때도 자력갱생을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의 지난해 경제 실적을 언급하며 “전력 101%, 석탄 110%, 알곡 107% 등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인민경제발전 12개 중요고지가 성공적으로 점령됐다”며 미국 주도의 제재가 효과를 내지 못했음을 성과로 내세웠다.

 

이와 함께 노동신문은 ‘공정한 국제질서 수립은 평화 보장을 위한 절박한 요구’ 기사에서도 미국을 겨냥해 “유럽과 중동 등에서 무장충돌이 빈발하는 근원은 미국과 서방나라들의 주권 침해 행위에 있다” “제국주의자들이 힘에 의거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오늘날, 힘 없는 구호나 호소로는 주권과 존엄을 지킬 수 없다. 강한 힘만이 국제질서의 정의로움을 보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단기적인 비핵화 협상보다는 ‘장기전’ 전환을 택했으며, 미국과 한국에는 일관되게 강경 태도를 유지해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외교·군사적으로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해 기존 국제사회의 중재 기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초에 예정된 9차 노동당 대회에서 북한 내부 노선이 재정비돼야 북미 협상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분간 북한의 대미 강경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북미 대화의 동력은 상당 기간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은 북한의 강경 메시지 이후 북미 간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향후 9차 당 대회 결과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선 선택에 이목이 집중된다는 진단을 내놨다.

조현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북한#도널드트럼프#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