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최고 10초29”…비웨사, 예천 100m대회→실업 무대 첫 정상
살아 있는 스톱워치가 된 듯, 결승선까지의 질주는 짜릿함 그 자체였다. 한때 부상과 긴 슬럼프 앞에서 멈칫했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이날 트랙 위에서 비웨사의 다리는 누구보다도 강했다.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 힘차게 출발한 비웨사는 결국 100m 개인 최고 기록과 함께 처음으로 실업 무대 정상에 올랐다.
제53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남자 일반부 100m 결선이 5일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펼쳐졌다.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안산시청)는 10초29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실업 무대 첫 개인 종목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초반부터 비웨사는 빠른 스타트와 폭발적인 가속으로 선두를 지켰다. 마지막 30m 구간에서도 흔들림 없이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며, 이전까지 자신의 최고 기록이었던 10초44를 0.15초 앞당겼다. 2위는 10초46을 기록한 이창수(보은군청), 3위는 10초50의 김시온(경산시청)에게 돌아갔다.
비웨사는 실업팀에 입단한 이후로 계주에서는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었지만, 개인 종목에서는 꾸준한 성장세와 부상 여파, 그리고 적응기의 어려움이 겹치며 정상 문턱을 넘지 못했던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빠른 레이스 감각과 부상 회복이 맞물리며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비웨사는 경기를 마친 뒤 “오랫동안 기다려온 우승이라 더 값지고 감사하다. 슬럼프가 있었던 만큼 더 열심히 달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웨사의 독특한 성장 스토리 또한 주목받고 있다. 콩고 출신 부모 아래 한국에서 태어난 비웨사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뛰어난 단거리 선수로 이름을 알렸음에도 국적 문제로 중학교 때까지 전국 대회 출전이 제한됐다. 중3 때 어머니와 함께 귀화 소식을 받아들인 뒤, 본격적으로 육상을 시작해 원곡고에 진학하고 실업팀까지 성장했다.
또한 이번 대회 여자 일반부 100m 결선에서는 실업 1년 차 이은빈(해남군청)이 11초84로 우승하며 신현진(포항시청, 11초96)을 제쳤다.
비웨사는 최근 상승세를 타며 국내 단거리 종목에서 미래의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찾은 만큼, 향후 전국체전 등 주요 대회에서의 행보와 한국 남자 100m 기록 경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날이 기울며 트랙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관중들의 조용한 박수가 풀잎 사이로 스며들었다. 각자의 성장담을 건네는 선수들과 그 곁을 지키는 팬들의 시선. 스포츠가 건네는 응원은 언제나 결승선 너머의 시간과도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