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확대가 대일외교 원칙”…이재명, 일본 이시바 총리와 한일정상회담 67일 만에 재개
한일관계의 미래를 둘러싼 양국의 시선이 다시 도쿄로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에서 67일 만에 두 번째 정상회담에 나서면서, 정치권은 과거사와 실용 외교를 둘러싼 견해차와 기대가 교차하는 양상이다. 한일 정상, 재일동포, 외교라인 인사들이 총출동한 도쿄 현장에는 유례없는 긴장과 화해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 순국 순방 일정의 첫 행보로 재일동포 간담회를 가졌다. 현장에서는 일본 내 동포들이 겪는 애로사항과 제도 개선점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가 전달됐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소인수 회담, 확대회담 일정에 돌입했다. 저녁에는 비공개 친교만찬에도 참석했다.

한일 정상의 이번 만남은 지난 6월 17일 캐나다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첫 회담에 이은 두 번째로, 67일 만의 재회다. 양국 모두 기대와 부담을 안은 자리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아사히, 마이니치, 닛케이, 산케이 등 일본 주요 4개 일간지 공동 서면 인터뷰에서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해나가자는 것이 저의 신념이자 우리 정부의 대일 외교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자”고 밝히며, 실용 외교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의 의지를 드러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개인적인 유대의 시간도 깊이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새로운 전략 과제에 대한 대응 방안과 지혜를 공유하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 실장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정상 간 ‘셔틀 외교’가 한일외교의 모델로 발전하길 기대한다”는 청와대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이번 한일정상회담과 동포 간담회를 바라보는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야권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분명한 원칙과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반면, 여권과 외교라인에서는 “실용외교와 지역 안전보장을 위한 협력의 첫걸음”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한일 정상 간 정례적 소통이 동북아 지역 안보·경제 질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오전 일한의원연맹 소속 일본 정계 인사들과의 면담을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행에 나선다. 여당 관계자는 “아시아 태평양 외교 구도에서 한일·한미 정상 배치가 갖는 전략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날 도쿄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셔틀 외교’가 실질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한일관계의 방향성에 정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향후 실용·미래지향 협력을 바탕으로 대일 외교전의 연속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