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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한 바다와 초록숲”…부산 기장, 자연과 예술을 품은 근교 여행지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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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한 바다와 초록숲”…부산 기장, 자연과 예술을 품은 근교 여행지로 뜬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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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부산 기장으로 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때 단순한 해변 드라이브 코스로만 여겨졌던 기장은 지금, 바다와 예술, 그리고 고요한 숲이 어우러진 ‘일상의 리셋’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파도와 불경 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해동용궁사는 어느새 ‘힐링 명소’가 됐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사찰답게, SNS에는 자연과 건축의 경계를 허무는 사진 인증이 연일 이어진다. 죽성드림세트장은 드라마 배경으로 등장했던 중세 유럽풍 성당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낯선 듯 특별한 추억을 남긴 이들의 후기도 많다.

출처=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출처=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김지호

기장 해녀촌에서는 갓 잡은 해산물을 ‘바로’ 맛보는 일이 일상이 됐다. 해녀가 손수 건져 올린 전복과 해산물로 차려지는 식탁에서는 바다의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푸른 파도를 바라보며 한 끼를 즐기는 동안 ‘가장 간단한 사치’가 이런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숲길을 걷고 싶다면 아홉산숲을 찾는 이가 적지 않다. 400년 역사를 품은 이곳은 한 집안이 대를 이어 지켜온 자연 그대로의 공간이다. 대나무 숲길, 편백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 소리와 햇살, 나뭇잎 사이로 스미는 고즈넉함에 어느새 마음까지 가벼워진다.

 

이런 변화는 여름철 여행지 선호도에서 확인된다. 가까운 근교 여행지를 찾는 20~40대뿐 아니라,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 여행객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기장의 여러 얼굴을 찾아 나서는 것. 실제 국립수산과학관은 교육적 체험과 놀이가 모두 가능한 공간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한다.

 

해변 산책로와 송림이 어우러진 임랑해수욕장과 일광해수욕장도 여름의 추억을 더한다. 소나무 데크길을 따라 걷는 동안 ‘휴가의 정의가 이런 거였나’ 문득 생각하게 된다. 기암괴석과 일출로 유명한 오랑대공원에서는 매일 새로운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기장 한 여행 커뮤니티에는 “한낮 교외 드라이브로 시작했지만, 바다는 물론 걷는 길마다 이야기가 있어 하루가 짧았다” “기념품이나 인기 카페도 좋지만, 자연이 주는 선물이 더 오래 남는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여행 칼럼니스트 서진수는 “기장 여행의 본질은 소란스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리듬과 다시 만나는 데 있다”고 짚는다. 부산 근교임에도 바다 속 신비, 숲의 청량함, 로컬 식탁까지 ‘짧은 비일상’이 확실하게 가능하다는 것.

 

작고 사소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바다와 숲, 예술을 품은 기장 여행에서 우리는 익숙한 일상 한켠에 ‘새로운 나’ 한 조각을 남긴다. 이 여름, 기장이 품은 초록과 파란색이 내 삶에도 퍼져나간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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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해동용궁사#아홉산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