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숲길을 달리고, 미로를 걷고, 억새를 만나다”…제주시 자연 속으로 떠나는 온기와 쉼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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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시를 찾는 발걸음이 많아졌다. 한라산 자락 아래 펼쳐지는 비밀스러운 숲, 바람결에 출렁이는 억새, 그리고 미로 사이를 걷는 색다른 하루가 ‘제주 라이프’의 새로운 풍경이 됐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자연은 두 팔 벌려 여행자를 맞이한다.

 

에코랜드 테마파크에서는 곶자왈의 원시림을 따라 달리는 기차 여행이 인기다. 숲속을 질주하는 기차의 창밖으로 흐르는 풍경은 마음을 잠시 비워두기에 충분하다. 아이들은 힘껏 달리며 기차와 숲길의 포토존을 찾고, 어른들에게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SNS에는 “오랜만에 들숨과 날숨을 크게 쉰 하루였다”는 방문 인증이 꾸준히 이어진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제주도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제주도

숲 미로의 서정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녕미로공원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숲속 미로에서 길을 찾는 소소한 모험이 매력이다. 여름의 파란 수국, 가을의 단풍, 일상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초록빛 동선을 따라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자연의 품에서 웃음 짓는다. 실제로 “미로를 헤매다 보니 근심도 잠시 잊었다”는 체험담이 게시판을 채우고 있다.

 

제주시 곳곳의 오름도 힐링 명소다. 새별오름은 완만한 산길을 오르며 숨을 고르고, 정상에서는 탁 트인 해안과 한라산의 경계까지 볼 수 있다. 특히 가을엔 은빛 억새가 바람결에 대지를 뒤덮는 진풍경이 곁들여진다. 자연스럽게 가족 단위, 연인, 1인 여행객까지 모두가 오름 위에서 각자의 쉼표를 찾아간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친화 체험을 찾는 이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심리상담사 오은정 씨는 “복잡한 유명 관광지 대신 숲, 오름처럼 원초적인 자연에서 자신을 재충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미로에서 길을 못 찾던 아이와 손잡았던 게 올여름 최고의 추억”, “억새밭에서 불어온 바람에 오래 쌓인 피로가 잊혔다”는 이야기들이 줄을 잇는다.

 

작고 사소한 걸음이 모여, 제주시 자연은 오늘도 누군가의 일상에 쉼을 선사한다. 도시에서 너무 오래 바쁘게만 살아온 이들은 제주에서 잠시 멈춰 설 용기를 얻곤 한다. 제주 속 느리게 흐르는 시간은, 결국 ‘나답게’ 살아가고픈 우리 모두의 바람이 담겨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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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에코랜드#김녕미로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