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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를 걷고, 맨손으로 고기잡기”…제주 원담에서 만나는 여름 어촌축제의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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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를 걷고, 맨손으로 고기잡기”…제주 원담에서 만나는 여름 어촌축제의 정취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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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 바다에서는 어촌의 전통을 직접 체험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바닷가 마을의 숨은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일상의 특별한 축제로 찾는 여름의 한 장면이 됐다. 소박한 공동체의 지혜와 바다가 전하는 서정이, 금능해수욕장의 바람을 타고 다가온다.

 

제16회 금능원담축제가 8월 23일부터 24일까지 제주 제주시 한림읍 금능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린다. 제주 고유의 어로유산 ‘원담’을 테마로 한 이 축제는, 섬사람들의 바닷살이와 공동체 문화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현장에선 원담 해설 프로그램과 실제 그물 고기잡기, 고망낚시와 원담 걷기 등 옛 어촌의 삶을 닮은 다양한 체험이 이어진다. “아이들의 손에 고기 그물의 촉감이 남았어요”, “처음으로 해녀문화에 직접 발을 담가본 날”, 방문객들은 SNS 후기에서 자신만의 추억을 터놓곤 한다.

원담 해설부터 맨손 고기잡기까지…‘금능원담축제’ 제주 제주시 금능해수욕장서 열린다
원담 해설부터 맨손 고기잡기까지…‘금능원담축제’ 제주 제주시 금능해수욕장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역 관광 활성화 사업과 연계된 축제의 참여 인원이 해마다 늘면서, 가족 단위 방문객과 제주 로컬 경험을 중시하는 여행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제주관광공사는 ‘원담 등 전통 어촌 유산 체험’이 최근 1년간 30대·40대 여행객 사이에서 인기 키워드로 올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공동체적 경험의 회복’이라 부른다. 제주도 어촌민속연구소 관계자는 “어로 방식만 배우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그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살아간다는 감각까지 전해지는 것”이라 느꼈다. 축제 기획에 참여한 마을 청년 또한 “어르신부터 아이들까지, 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오랜 시간을 되짚는 축제가 됐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맨손으로 잡은 고기맛이 다르다”, “아이와 함께 바다에 발 담그며 배우는 제주… 소중한 추억이 만들어졌다”, “도시에서는 느끼기 힘든 평화였다” 등 체험담이 여름 저녁마다 온라인을 덮는다. 참가자들은 공동체의 묵직한 울림을 가슴에 담으며, 나만의 바다 이야기를 각자 가져간다.

 

결국 금능해수욕장의 이틀은 제주 원담의 전통과 그 속에 스며든 사람들의 삶을 다시 기억하는 시간이다. 작은 고기 그물에 손을 넣고, 해녀의 물질을 응원하며, 밤하늘 불꽃놀이까지 어촌마을의 온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순간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제주 바다가 남긴 여름의 추억은, 오래도록 마음에 머물러 있을지 모른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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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능원담축제#금능해수욕장#원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