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연꽃 향기 따라 수상뮤지컬까지”…부여서동연꽃축제, 백제의 기억을 걷다
라이프

“연꽃 향기 따라 수상뮤지컬까지”…부여서동연꽃축제, 백제의 기억을 걷다

배진호 기자
입력

요즘은 여름밤, 연꽃 사이를 거닐며 빛과 음악을 만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연꽃 하면 한적한 정원을 떠올렸지만, 지금은 고요한 물가에서 수상뮤지컬을 보고, 하늘을 수놓는 드론쇼에 환호하는 풍경이 부여의 일상이 됐다.

 

해마다 찾아오는 ‘부여서동연꽃축제’가 2025년 7월 4일부터 6일까지 백제의 전설을 품은 궁남지를 가득 채운다. 천만송이 연꽃 사이, ‘연꽃같은 그대와 아름다운 사랑을’이라는 올해의 주제처럼, 곳곳엔 LED 포토존과 연지 카누, 거리 퍼포먼스, 오케스트라와 힙합 페스티벌까지 온 세대의 취향이 교차한다. 밤이 깊어질수록 수상뮤지컬 ‘궁남지 판타지’가 연꽃 위를 밝히고, ‘Lotus 드론 아트쇼’는 연못 너머 환상의 빛을 그려낸다.

궁남지 수상뮤지컬부터 드론 아트쇼까지…‘부여서동연꽃축제’ 충남 부여서 열린다
궁남지 수상뮤지컬부터 드론 아트쇼까지…‘부여서동연꽃축제’ 충남 부여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문화축제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부여 방문객은 10만 명을 넘어섰고, 최근 3년 새 축제 방문 수요가 어린 자녀를 둔 가족과 20~30대 청년층 모두에서 높게 나타났다. 부여군은 “백제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문화 콘텐츠를 지속 확대하겠다”는 변화를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축제의 본질은 직접적 체험과 감각을 일깨우는 데 있다”고 진단한다. 문화기획자 박경희 씨는 “연꽃축제는 지역사회의 역사적 자부심을 세대의 놀이로 풀어낸다. 특히 드론쇼, 피아노쉼터 같은 현대적 요소는 세대 간 소통의 다리가 된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어린아이 손잡고 연꽃길을 걷다 보니 도심 속에서 느낄 수 없는 평온함이 스며든다”, “사진 찍으러 갔다 문화공연에 푹 빠졌다”는 방문객의 목소리에선 축제가 주는 일상의 전환점이 들려온다. 부여 주민 박 모 씨는 “축제 기간만 되면 동네에 온기가 도는 것 같다. 연꽃 향기와 공연, 체험이 한데 어우러져 지역도 밝아진다”고 전했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삶에 여백을 두려는 태도가 담겼다. 연꽃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백제의 이야기를 곱씹는 시간, 가족과 이웃, 연인과 친구가 모두 모여 한여름 밤을 채우는 공간. 드론과 음악, 포토존과 체험부스는 부여만의 색과 향을 남긴다. 이제 축제는 단지 계절의 이벤트가 아니라, 한 도시의 시간과 사람을 이어주는 세대적 경험이 되고 있다.

 

작고 소박한 축제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방향을 조금씩 달리 잡고 있다. 부여서동연꽃축제는 백제의 숨결과 사랑의 이야기를 따라 걷는 이들에게 오래 기억될 새로운 여름 풍경을 선물한다.

배진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부여서동연꽃축제#궁남지#드론아트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