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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전 여성 복부대동맥류 위험 2배”…가톨릭대병원, 국내 첫 대규모 규명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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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폐경이 여성의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 국내 대규모 데이터 분석 연구를 통해 명확히 입증됐다. 복부대동맥류는 뚜렷한 증상 없이 진행되다가 파열 시 치명적 손상을 일으키며, 조기 진단 및 맞춤형 선별검사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업계와 학계는 이번 연구 결과를 ‘여성 심혈관질환 관리 패러다임의 변곡점’으로 전망한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김미형·황정기 교수 연구팀은 2009년 국가검진에 참여한 40세 이상 여성 310만9509명을 분석, 자연 폐경 여성 139만3271명을 10년간 추적해 조기 폐경과 복부대동맥류 발생률 연관성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40세 이전 조기 폐경 여성은 55세 이후 폐경 여성보다 복부대동맥류 진단 위험이 23% 높았다. 특히 기존의 선별검사 위험 요인을 배제하고도, 40세 이전 폐경자는 이후 폐경자 대비 약 두 배 높은 발생률(0.50% 대 0.26%)을 보였다. 평생 월경 기간이 30년 미만인 여성 또한 40년 이상인 여성에 비해 20%가량 위험이 증가했다.

복부대동맥류는 주로 고령자에서 관찰됐지만, 여성의 경우 발병 시 파열 위험이 남성보다 4배 높고 수술 예후도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진단 방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연구팀은 폐경 시기 및 호르몬 노출 기간이 혈관 보호 효과와 직접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기 폐경 자체가 복부대동맥류의 독립적이고 특이적인 위험인자임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혈관 외과 저널’에 실리며, 여성 건강 분야 심혈관계 질환 위험 평가에서 새로운 기준이 제시될 계기가 될 전망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폐경과 심혈관질환 연관성 연구가 활발하나, 대규모 국가 인구 기반에서 조기 폐경과 부위별 혈관질환 연관성을 정밀하게 분석한 사례는 드물었다.

 

현재 국내외 복부대동맥류 선별검사 기준은 나이(65세 이상)와 흡연 등 고위험군 중심에 한정돼 왔다. 복지부 및 관련 학회에서는 최근 조기 폐경 등 성별·연령 특이 변수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미형 교수는 “여성 호르몬의 혈관 보호 효과 결여가 조기 폐경 여성의 취약성을 설명한다”며 “국내 실정에 맞는 여성 맞춤형 선별검사 기준 설정에 근거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정기 교수는 “실제 임상 적용과 정책 반영까지 추가연구와 다학제 협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조기 폐경 여성이 복부대동맥류 조기 진단 대상에 공식 포함될지, 관련 제도 개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임상, 정책간 연계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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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은평성모병원#조기폐경#복부대동맥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