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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에 윤석열 격노 전달 의혹”…김계환, 해병특검 두 번째 소환 격랑
정치

“박정훈에 윤석열 격노 전달 의혹”…김계환, 해병특검 두 번째 소환 격랑

오태희 기자
입력

정치권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압력 의혹을 둘러싸고 다시 충돌하고 있다.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는지 여부가 정국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2025년 7월 17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순직해병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됐다.

 

이날 오전 10시 25분, 김계환 전 사령관은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출석했다. 7월 7일 12시간에 걸친 첫 소환조사 이후 열흘 만에 두 번째다. 그는 취재진으로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격노’ 전달 사실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아무런 답도 남기지 않은 채 조사실로 들어갔다.

검찰은 김계환 전 사령관이 2023년 7월 박정훈 대령에게 상부의 외압을 전달하며 해군 수사단의 경찰 이첩보고를 무마하려 했는지 집중 수사 중이다. 특히 VIP 격노설의 결정적 키맨으로, 특검은 김 전 사령관이 윗선의 명령을 실제로 받은 사실이 있는지, 또 박정훈 대령에게 이를 어떻게 전달했는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로부터 비롯된다.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어느 누가 앞으로 사단장을 하겠나”라며 격노했다는 ‘VIP 격노설’이 핵심이다. 이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언론 브리핑과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하면서, 박정훈 대령은 김계환 전 사령관이 곧바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전해왔다고 주장했으나, 김 전 사령관은 이를 부인해왔다.

 

특검이 공개한 통화기록에 따르면, 김 전 사령관은 회의 당일 오전 11시 57분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한 데 이어, 오후 5시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 3분가량 통화했다. 그러나 특검은 대통령실 회의 참석자 다수와 박정훈 대령의 진술, 그리고 최근 다른 참석자들의 증언 내용이 일치하고 있다며 실체적 진실에 근접해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치권은 이번 특별수사가 ‘VIP 격노’의 실체를 밝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과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등 참석자 7명 중 최소 3명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시 화를 내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그뿐만 아니라 윤 전 대통령이 경찰 이첩대상에 사단장이 포함됐다는 보고를 받고 즉각 일부 참모만 남게 하고 나머지 참석자들을 회의실에서 내보냈다는 구체적 증언도 확보됐다.

 

정민영 특검보는 17일 브리핑을 통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가 특검 수사의 핵심 장면”이라며 “참석자 진술이 새롭게 나오고 있어 이충면 전 비서관에 그 내용을 재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정훈 대령 항명 혐의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계환 전 사령관은 법정에서 “VIP 격노설을 본인에게 전달한 사실이 없다”며 박 대령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해병대 예비역 단체는 김 전 사령관이 실제로는 VIP 격노를 전달했음에도 허위 증언했다면서 모해위증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정치권 일각과 시민사회는 “특검 수사를 통해 권력 최고위층의 외압 진상 여부가 드러날지 주목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특검은 향후 대통령실 회의 당시 추가 참석자와 관련 증거 확보에 수사를 집중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이첩받은 모해위증 혐의도 병행해 규명할 계획이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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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환#윤석열#해병특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