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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은 황금알 거위”…이재명 대통령, 전 국민 생중계로 R&D 예산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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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은 황금알 거위”…이재명 대통령, 전 국민 생중계로 R&D 예산 논의

강다은 기자
입력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을 둘러싸고 정부와 과학계의 의견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맞붙었다. 22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내년도 R&D 예산 심의를 전 국민에게 생중계하는 파격 행보를 보이며, 과학자들과 직접적으로 토론을 벌였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 주요 인사들과 학계 자문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기초과학 투자와 관련된 쟁점을 놓고 집권 최고 책임자와 현장 전문가들이 격론을 펼친 것이다.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김현정 교수는 “기초과학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는데, 현실은 알 낳기도 힘들다”고 호소하며, “특허 개수 등 양적 기준으로 기초과학을 평가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웃으며 “거위를 아예 안 키우죠”라고 농을 던졌고, 이어 “정말 쓸데없는 일인데 꼭 안 해도 될 것들로 관리 비용만 늘어난다”며, 구윤철 경제부총리에게 “앞으로 특허 몇 개 냈는지 따지지 말라”고 지시했다. 정부 기조가 변화될 여지를 비친 대목으로 해석된다.

 

토론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어졌다.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김지현 교수는 “혹시 꿈이 대통령이었나”라고 이 대통령에게 물었고, 그는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지현 교수는 또한 우수 과학자에게 국가가 직접 예우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국가 과학자’ 제도를 제안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훌륭한 제안이다. 한번 검토해볼 만하다”고 화답했다.

 

현장에선 대통령의 진솔한 태도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제가 모르는 게 많다”고 털어놓거나, “준비를 너무 잘하셔서 어디 출마 선언하시는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김지현 교수는 “대통령께서 가는 곳에 언론이 가고, 언론이 가는 곳에 국민의 눈길이 간다”며 회의 참석 확대를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언제든지 허심탄회하게 제안해달라. 자주 뵙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R&D 정책 논의를 생중계 방식으로 전환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연구현장 중심’ 정책 전환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예산 집행 기준 완화가 실제 정책으로 연결될지 주목해야 할 전망도 제기됐다.

 

국가는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안을 두고 치열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R&D 예산 집행 기준과 제도 개편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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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구윤철#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