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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도에 불어온 선선한 바람”…경주, 흐린 하늘 아래 다채로운 일상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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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흐린 하늘에도 여행객의 발길이 경주로 이어진다. 예전엔 천년의 역사가 주된 이유였지만, 지금은 레저와 문화가 조화된 일상이 이 도시의 새로운 매력이 됐다.  

 

경주는 신라의 숨결을 간직한 도시다. 낮 기온은 18도대를 오가고, 습한 공기 속에 북쪽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느껴진다. 이런 날씨에 가족 단위 방문객과 젊은 커플들이 경주월드에 모였다. 이곳의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들은 세대를 넘어 즐거움을 전한다. 세계 최고 높이의 '타임 라이더', 국내 최초 90도 수직 드롭 '드라켄', 그리고 스릴러 코스터 '파에톤'은 SNS에서도 "직접 타봐야 안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경주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경주

그만큼 경주 루지월드도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안전장비를 갖추고 트랙을 따라 내려가는 루지는 남녀노소 모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제로 기자가 체험해보니 경주 보문단지의 풍경이 환히 펼쳐지며 속도감과 시원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경주루지월드를 찾은 한 방문객은 “매번 느끼는 거지만, 바람을 가르며 내려오는 이 순간만큼은 나이도 잊게 된다”고 고백했다.  

 

이런 변화는 통계로도 읽힌다. 경북문화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들어 경주지역 레저·체험 여행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놀이공원과 루지처럼 주체적으로 즐기는 체험 코스가 관광 트렌드의 주류가 됐다는 분석이다.  

 

저녁이 되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동궁과 월지 주변엔 산책하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난다. 해가 지고 조명이 연못을 비추는 순간, 고요함과 설레임이 교차한다. 신라시대 별궁이 있던 유적지의 한켠에서는 “이 순간만큼은 천년의 시간을 걷는 것 같다”는 감상도 들린다. 다른 방문객은 “현대적인 공간과 전통의 조화가 이 도시만의 힘인 것 같다”고 느꼈다.  

 

전문가는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경주의 일상은 현대인에게 잠깐의 쉼과 위로를 건넨다. 일상의 반복, 빠른 속도에 지친 이들에게 ‘머무는 시간’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고 표현했다.  

 

‘경주는 두 번 와야 제대로 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각양각색의 즐거움과 고요함, 모든 순간이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하루 동안 체험한 이 작은 변화들이, 천년의 시간만큼이나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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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경주월드#동궁과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