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영상진단 혁신”…루닛, 글로벌 1만 의료기관 돌파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이 영상진단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내 대표 의료AI 기업 루닛이 자회사 볼파라 헬스와의 통합 성과를 내세우며 글로벌 의료기관 1만곳 돌파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AI 기반 영상진단 솔루션의 빠른 보급 추세가 산업 내 변화를 가속하고 있어, 업계는 이번 성과를 의료AI 글로벌 확산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루닛은 지난달 말 기준 자사 및 볼파라 솔루션을 도입한 의료기관이 전 세계 1만곳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루닛이 보유한 6,500여곳과 지난해 5월 인수한 볼파라 헬스의 3,500여곳 도입 수를 합한 수치다. 루닛은 2019년 흉부 엑스레이 AI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 유방 촬영술 AI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 등을 선보인 뒤, 도입 의료기관 수를 2020년 말 100곳, 2022년 말 1,000곳, 2023년 말 3,000곳으로 늘렸고 이번 6,500개 돌파는 18개월 만에 두 배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한 결과다. 볼파라 역시 인수 당시 2,000곳 남짓에서 현재 3,500여곳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 중이다.

루닛의 AI 솔루션은 영상(이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폐암, 유방암 등 주요 질환 진단 보조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인간 판독 대비 오판율 감소와 진단 속도 개선이 강점으로 꼽힌다. 딥러닝 알고리즘 적용을 통해 임상 연구에서 기존 의사 진단과 비교해 폐암 검출률이나 유방암 재검 비율에서 높은 개선 효과가 확인되고 있으며, 실제 환자 데이터에 기반해 AI 모델이 지속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현재 전체 도입 의료기관의 90% 이상이 미국·유럽·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 분포돼 있다. 이는 해외 의료 환경에서 AI 기반 진단 툴의 필요성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AI 솔루션이 의료진과 환자 모두의 신뢰도를 높이고, 진단 업무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글로벌 의료AI 시장에서는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주요 플레이어 간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IBM왓슨헬스, 유럽 에이라크스(AIRX) 등도 영상진단 특화 AI 솔루션을 앞다퉈 선보이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루닛은 국내 기업 중 드물게 미 FDA 인증과 CE 인증 등 글로벌 기준을 충족시킨 상태다.
루닛은 자사회사 볼파라와 제품군 통합(PMI, Post-Merger Integration) 작업을 통해 하반기 미국 등 거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동시에 올해 초 MS와 진단용 의료AI 솔루션 공동 개발을 알리는 등 글로벌 빅테크 연합 전략에도 힘을 싣고 있다. 양사 제품은 MS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상에도 탑재돼, 향후 클라우드 기반 의료AI 시장의 빠른 확장세가 기대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 FDA 등 주요 규제당국은 의료AI를 임상적 근거와 환자 데이터 보호 등 엄격한 기준 아래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의료AI 노티파이 제도 등 규제 샌드박스로 기업 지원이 일부 확대 중이나, 시장 내 신뢰도와 윤리성 강화를 위한 법적 정비 과제도 남아있다.
강재우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AI 기반 진단 솔루션의 정교화와 규제기관의 인증이 맞물리며, 향후 본격적인 임상 현장 도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과 시장 성과가 실제 의료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