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지방간염 치료제로 승인”…K바이오 경쟁 본격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MASH) 치료제가 글로벌 제약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비만치료제 ‘위고비’를 MASH의 두 번째 치료제로 가속 승인하면서, 치료 옵션과 시장 기대감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업계는 이번 결정을 ‘지방간염 치료제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K바이오 기업의 진입 가속에 주목하고 있다.
FDA는 6월 15일(현지시간)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2.4mg)를 중등도~중증 간 섬유증(F2~F3기)을 동반한 비간경변성 MASH 성인 환자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위고비는 원래 비만 및 당뇨 환자에 쓰이던 주사제이지만, 최근 임상에서 지방간 및 간 섬유화 개선 효과가 입증됐다. 이번 승인으로 위고비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최초 치료제 ‘레즈디프라’(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에 이어 두 번째 공식 MASH 치료제 자리에 올랐다.

MASH(비알코올성 지방간염)는 음주와 무관하게 중성지방이 간세포에 축적돼 염증 및 섬유화를 유발하는 대사질환으로, 간경화와 간암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MASH 치료제 개발은 염증·섬유화 등 임상 평가 지표가 복합적이어서 개발 난이도가 높은 분야다. 2023년엔 미국 제약사 마드리갈이 개발한 레즈디프라가 세계 최초로 FDA 승인을 받으며 시장 개척의 신호탄이 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MASH 치료제 성장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MASH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6년 253억달러(약 33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주로 주사형 대사조절제, 이중·삼중 작용 신약 등 고도 복합기전 기반 제품이 핵심으로 부상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도 MASH 영역에 진출 중이다. 올릭스는 미국 일라이 릴리와 91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간 섬유화 동반 MASH 및 비만을 겨냥한 후보물질 ‘OLX702A’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OLX702A는 특이적으로 간 조직과 대사경로를 타깃해 경쟁 제품 대비 간 내 염증 억제와 섬유화 개선 효과가 강조된다. 동아에스티 자회사 메타비아의 ‘DA-1241’는 췌장 베타세포의 GPR119 수용체 활성화를 활용, 지방간과 간 섬유화 개선 임상 2a상을 통과하며 글로벌 시장 가능성도 높였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GLP-1·GIP·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작용 바이오 신약으로, 현재 글로벌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GLP-1 등 다중 인자 타깃 방식은 기존 단일 타깃 약제 대비 체중·대사개선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디앤디파마텍의 ‘DD01’ 역시 GLP-1 및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 표적하는 장기 지속형 약물로, 미국 임상 2상에서 중간 투약 데이터를 확보했다.
글로벌 경쟁사인 노보 노디스크, 마드리갈, 일라이 릴리 등은 기존 당뇨·비만치료제 기전의 확장과 신약 기술 융합을 통해 시장 선점을 모색한다. 중국·유럽 기업 역시 표적 수용체 변형, 신호전달 경로 차단 등 특화 플랫폼 개발에 나서는 상황이다.
FDA의 가속 승인·임상 설계 간소화 등 제도적 변화도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다만 MASH는 환자별 임상 반응 변동, 장기 데이터 부족, 간 조직 분석 등 독립적인 규제 검증요인이 많아 신속·정확한 약물 평가 시스템이 관건으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MASH는 평가지표 복잡성과 질병 이질성 때문에 신약 진입 난도가 높다”며 “글로벌 승인 사례가 연이어 나오면서 기존 비만·당뇨 신약의 적응증 확장, 신규 플랫폼 개발 등에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