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전화범죄 실시간 차단”…삼성·애플, 스마트폰 보안 전략 격돌
AI가 스마트폰 보안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대응 전략이 한층 고도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각기 다른 인공지능(AI) 기술을 스마트폰에 내장해 보이스피싱 및 스팸 차단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업계는 양사가 선보인 새로운 보안 기능을 ‘AI 기반 실시간 전화방어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한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제공한 약 3만건의 보이스피싱 데이터와 딥러닝 기반 AI를 통합한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 알림’ 기능을 갤럭시 시리즈에 도입한다. 이 기능은 스마트폰 온디바이스 AI가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의심’ 단계와 ‘경고’ 단계 두 차례에 걸쳐 사용자에게 경보를 제공한다. 첫 번째 알림은 노란색 보이스피싱 의심 표시, 두 번째는 붉은색 강력 경고와 함께 주의진동이 반복된다. 기존에는 사후 신고에 의존했던 스팸 탐지를, 실시간 AI판단으로 한층 빠르게 업그레이드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방송통신위원회 및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협력해, 공식 데이터에 등록된 악성 발신번호와 위험 키워드, URL 정보를 반영한 스팸 차단 시스템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딥러닝으로 학습된 ‘인텔리전스 스팸 차단’ 기능이 도입돼, 월 500만건 수준의 신고 데이터를 반영해 스마트폰 자체에서 악성 메시지를 분류·자동 차단한다. 갤럭시 스마트폰은 국내외 신고 데이터까지 포함해, 전체적으로 1억건 이상의 스팸 메시지를 올해 7월까지 차단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iOS26(아이폰17 시리즈 탑재, 2024년 7월 공개)부터 ‘통화 스크리닝’과 새 스팸 필터링 방안을 적용한다. 애플의 ‘통화 스크리닝’은 일단 번호 교환 이력이 없는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오면 기기가 먼저 자동 응답, 발신자에게 통화 목적을 확인한다. 사용자는 스크린에 안내된 내용을 보고 해당 전화를 받을지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문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미확인 발신자는 별도 공간에 걸러 저장되고, 스팸 문자도 자동 필터링된다. 삼성전자가 실제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여부를 사후 판별한다면, 애플은 ‘초기 검문’ 위주로 선제차단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다만 발신자가 허위 답변을 할 경우, 완전한 방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삼성과 애플이 각각 데이터 기반 실시간 탐지(삼성)와 접점 선제 검문(애플) 등 서로 다른 기술 로드맵을 택한 배경엔 보이스피싱 범죄 급증이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는 1만2,000건, 피해액 6,4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8% 급증했다.
이들 양사에 앞서 이동통신 3사도 AI기반 보이스피싱 대응 솔루션을 이미 고도화해왔다. SK텔레콤은 ‘스캠뱅가드’로 딥러닝 문자·음성 패턴 분석, SNS 사기 탐지, 머신러닝에 근거한 사기전화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 중이다. KT는 실제 보이스피싱 범죄자 목소리를 음향지문(성문)으로 분석, AI 음성변조 탐지까지 가능한 ‘AI보이스피싱탐지서비스 2.0’을 이달 투입했으며, LG유플러스는 5초 이내 위변조 음성 감지 및 1~2분내 의심 판별이 가능한 ‘안티딥보이스’ 기술을 선보였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솔루션은 국내외 구분 없이 특화 AI와 협업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보이스피싱 및 악성 통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KT의 경우, 통화 당사자가 어디에 있든 실시간 음성·통화 데이터로 사기 여부를 구분할 수 있으며, LG유플러스의 기술도 한국어 통화만 있으면 해외에서 작동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보이스피싱 대응 산업이 디바이스 온디바이스 AI, 통신 인프라 AI, 그리고 국가 데이터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융합 진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스마트폰 시장 전반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