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넘었다”…임종훈-안재현, WTT 미국 스매시 정상→한국 복식 자존심 지켰다
라스베이거스 체육관을 가득 채운 응원과 긴장, 그리고 집념의 한 판이 펼쳐졌다. 남자복식 결승의 주인공 임종훈-안재현 조는 세계랭킹 1위 프랑스 콤비를 맞아 초반 밀리는 듯했지만, 흐름을 바꾼 역전의 힘으로 정상에 우뚝 섰다. 두 선수의 일치된 동작이 빛날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임종훈-안재현 조는 1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미국 스매시 남자복식 결승에서 펠릭스 르브렁-알렉시스 르브렁 조에게 3-1 역전승을 거뒀다. 1세트를 내주고도 곧바로 집중력을 되찾아 2, 3, 4세트 연속 승리를 챙기며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우승은 작년 아스타나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WTT 시리즈 통산 다섯 번째 금메달이라는 점에서 한국 복식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임종훈은 신유빈과 꾸린 혼합복식에서도 결승에 진출해 중국 린스둥-콰이만 조에 아쉽게 0-3으로 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강력한 상대와의 대결에서 보여준 임종훈-신유빈 조의 조직력은 많은 전문가들의 기대를 모았다. 단식에서는 신유빈이 유일하게 8강에 올랐으나 주율링에게 1-4로 분패했고, 남자 단식 안재현과 이상수는 16강에 그쳤다.
올해 대회에는 남녀 세계랭킹 상위권 스타들이 총출동해 남다른 무게감을 더했다. 중국의 린스둥, 쑨잉사, 왕만위, 천싱퉁, 왕이디 등과 일본의 하리모토 도모카즈가 나란히 출전하는 가운데 한국 복식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석은미 여자대표팀 감독은 임종훈-신유빈 조에 대해 점점 호흡이 좋아지고 있으며, 기술적 자신감을 무기로 중국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종훈-안재현 조는 내년 아시안게임 우승과 LA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유남규 한국거래소 감독도 두 선수의 시너지와 체계적 훈련 과정을 높이 평가했다. LA 올림픽에서는 복식 종목 부활과 혼성단체전 신설 등 복식 강세 국가에 더 넓은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주세혁 감독은 내년 아시안게임에서는 국가별 2개 조 출전이 허용된다며, 치열한 국가 간 경쟁 속에서 더 강한 복식 라인업을 예고했다. 단식에서 신유빈은 아직 보완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 탁구 대표팀은 이번 우승을 발판 삼아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복식 종목을 중심으로 전략적 도약을 목표로 세웠다. 관객석의 박수와 코트 위 표정이 겹쳐지던 순간, 선수들의 자존심은 한층 빛났다. LA 올림픽을 향한 한국 복식의 새로운 서사는 이제 막 다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