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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도심 풍경”…밀양에서 보내는 힐링 여행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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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도심 풍경”…밀양에서 보내는 힐링 여행의 하루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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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일상에 쉼표가 필요한 순간, 밀양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영남알프스 품에 안긴 풍경과 천년의 내력이 흐르는 이 작은 도시에서, 여행은 시간을 거스르는 산책이 된다. 지금의 밀양은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뒤섞인 속도로, 바쁜 마음에 휴식을 건네주는 공간이다.

 

도심 한가운데 외따로 서 있는 위양지는 봄이면 하얗게 피는 이팝나무로 유명하다. 완재정 정자를 가운데 두고, 거울처럼 잔잔한 물 위에 피어난 꽃과 정자가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진다. SNS에는 위양지의 새벽 풍경, 산책길과 사진 인증이 차곡차곡 쌓인다. 젊은 여행객 김지윤(29) 씨는 “잔잔한 물소리와 바람 덕분에, 잠깐의 산책이 긴 명상처럼 남았다”고 평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출처: 한국관광공사

밀양의 상징 영남루는 절벽 위에 우뚝 선 목조건축물이다.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와 나란히 3대 누각으로 꼽히며, 누각 아래 펼쳐진 강물과 어우러진 밤 풍경이 특히 인상적이다. 영남루 야경을 보기 위해 일부러 저녁 시간을 맞추는 여행자도 많다. 문화관광해설사 박정희 씨는 “누각에 앉아 흔들리는 강바람을 맞고 있노라면, 밀양의 오랜 시간이 저절로 전해진다”고 표현했다.

 

여름이 되면 자연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산내면 얼음골은 기온이 30도를 넘어도 얼음이 남아 있는 신비로운 계곡이다. 근처 호박소는 한여름에도 서늘한 물소리와 초록빛 계곡 풍경이 어우러져, 가족 단위 피서객이 줄지 않는다. 인근 표충사에서는 사명대사의 내력과 함께, 깊은 숲 속 층층폭포를 바라보며 고즈넉한 산사의 멋과 맛을 모두 만끽할 수 있다.

 

최근에는 폐터널을 활용한 ‘삼랑진 트윈터널’이 빛 테마 공간으로 주목 받고 있다. 계절과 상관없이 시원한 터널 안을 따라 조형물, 포토존, 다양한 미디어아트가 펼쳐지고 있어, 아이와 함께 찾는 가족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인근 만어사에서는 바위 사이 운무를 따라 걷는 시간, 그윽한 고찰의 여운이 남는다.

 

도심 강변에 남은 월연정은 기대보다 더 조용한 쉼표를 선물한다. 작은 정자에 앉아 밀양강을 바라보며, 걷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밀양아리랑길 3코스를 따라 자연을 만끽한다. 이런 풍경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가볍게 떠나도 머릿속은 한결 가벼워진다”, “휴가마다 찾고 싶다”는 공감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여행이란 특별할 것 없지만, 나를 쉬게 하는 순간을 발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명소와 계절 감성이 어우러져, 밀양은 누구에게나 맞는 여행의 색을 보여준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올여름, 시간과 계절의 흐름에 기대어 밀양에서 하루쯤 멈춰보는 건 어떨까.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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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영남루#위양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