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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정상 환호”…지소연, 결승 페널티킥→한국 여자축구 동아시안컵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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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정상 환호”…지소연, 결승 페널티킥→한국 여자축구 동아시안컵 우승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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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어진 빗방울이 쏟아내린 수원월드컵경기장, 열기를 더한 종료 직전의 페널티킥은 2만 관중의 숨을 멎게 했다. 모든 시선이 골문을 응시하던 순간, 지소연은 왼쪽 구석을 노린 절묘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고, 우승의 기억이 멀어졌던 20년 만의 밤이 열렸다. 깊은 한숨과 환호가 소슬하게 교차하며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동아시아 정상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대표팀은 2024년 7월 16일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마지막 경기에서 대만을 2-0으로 제압했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초반부터 대만을 강하게 압박하며 경기 내내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전반 80%의 점유율과 9차례의 슈팅 등 강력한 흐름 속에서 수차례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후반 결승 페널티킥”…지소연, 동아시안컵 우승 견인 20년만 쾌거 / 연합뉴스
“후반 결승 페널티킥”…지소연, 동아시안컵 우승 견인 20년만 쾌거 / 연합뉴스

전반에는 김혜리의 코너킥, 김미연의 헤더 슛 등 절호의 기회가 이어졌으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이어 장슬기가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지만 대만 골키퍼 박스 안 선방에 막히며 득점에 실패했다. 후반 들어 문은주와 강채림의 투입으로 공격의 활기가 더해졌고, 후반 시작과 함께 정다빈이 골키퍼가 없는 골문 앞 기회를 놓치는 아쉬움도 있었으나 흐름은 여전히 한국 쪽에 머물렀다.

 

승부의 분수령은 후반 25분 페널티 지역에서 강채림이 파울을 유도해 얻은 페널티킥이었다. 키커로 나선 지소연은 강한 집중력 속에 침착하게 득점, 한국의 선제골이 됐다. 후반 40분에는 김혜리의 컷백을 장슬기가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추가골로 연결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 대회에서 지소연은 A대표팀 합류 후 처음으로 공식 대회 정상의 기쁨을 맛봤고, 장슬기는 2골을 기록해 대회 MVP에 올랐다. 김민정 골키퍼는 최우수 골키퍼상을 수상했다. 한국은 승점 5와 다득점 3골로 중국, 일본과 동률을 이루고도 골득실 우위로 우승을 차지했다. 동아시안컵 정상 복귀는 2005년 이후 20년 만이다.

 

한국은 대만과의 통산 대결에서 15승 2무 4패로 우세를 이어갔고, 대만전 연승도 15경기로 늘리며 강세를 보였다. 상금 7만 달러를 획득한 대표팀은 동아시아 무대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증명했다. 신상우 감독은 부임 9개월 만에 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입증했고, 일본 이시카와 리온이 최우수 수비수상을, 중국 사오쯔친이 득점상을 차지했다.

 

경기 종료의 여운은 관중석까지 전해졌다. 빗속에서도 끝까지 목소리를 높인 팬들은 대표팀의 20년 만의 쾌거에 진한 감동을 안았다.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동아시안컵 정상 복귀를 발판 삼아, 다음 국제 무대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시작하게 됐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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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한국여자축구대표팀#신상우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