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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와 골목 사이”…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포항의 여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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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와 골목 사이”…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포항의 여름 하루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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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다. 이제는 이름난 명소보다, 조용히 감성을 자극하는 풍경과 이야기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포항은 역사와 자연, 시간이 겹쳐지는 공간에서 소박한 여유를 선물한다.

 

요즘 SNS에서는 푸른 바다를 배경 삼아 호미곶에서 사진을 남기거나, 구룡포 골목의 낡은 가옥 사이에서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인증샷이 자주 등장한다. 실제로 한여름 햇살 아래 32도를 기록한 21일, 해풍이 감도는 해안길마다 여행객들의 천천히 걷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중 호미곶의 암석 해안은 날카로운 해식애와 대형 조형물이 한눈에 들어오며, 동해가 품은 이른 아침의 새벽빛도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국립등대박물관에 머물러 바다와 등대의 오래된 사연을 들여다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호미곶일출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호미곶일출

이런 흐름은 여행지 선택뿐 아니라,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에서도 확인된다. 구룡포의 일본인 가옥 거리는 좁고 긴 골목에 드리운 이국적 분위기로, 다양한 연령층이 오래된 창틀과 낡은 담벼락, 햇살이 흔들리는 마당을 사진에 담는다.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는 여행객도 늘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북도 동해안권을 찾은 개별 관광객은 전년 대비 8%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여행 전문가는 “포항의 매력은 자연과 인간이 쌓아 온 시간이 어우러진 풍경에 있다”며, “특히 호미곶이나 구룡포 한적한 골목에서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난 내면의 평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계절과 관계없이 사색을 즐기는 여행자, 가족 단위 탐방객, 단체 트레킹팀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호미곶 해안과 내연산 자락을 찾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사진 한 장에 바다 냄새까지 담겨온다”, “구룡포 거리에서 혼자 산책하며 옛날 생각이 났다”고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 어느 엄마는 “내연산 보경사에서 아이들과 나란히 사찰길을 걷고 나니 정신이 맑아졌다”는 소감을 남겼다. SNS에는 “여름 포항은 괜히 붐비지 않아 더 매력적”이라는 글도 보였다.

 

작고 사소한 풍경에 스며드는 변화, 그곳에서 우리는 어쩌면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포항은 단지 여름날의 여행지가 아니라, 시간과 감정의 빈틈을 채워주는 일상의 작은 쉼표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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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호미곶#구룡포일본인가옥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