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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산망 마비에 네이버·다음 급투입”…공공안내 민간 위탁, 플랫폼 파장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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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로 대규모 국가 전산망이 멈추면서 민간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이 대국민 안내의 핵심 창구 역할을 맡았다. 647개 주요 행정업무 시스템 중단으로 국민 생활에 직격탄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정보 통신 인프라의 민관 경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정부와 민간 IT 기업 간 공공안내 협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태는 26일 오후 8시15분경,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의 리튬배터리 폭발로 촉발됐다. 화재가 서버실 전체로 번지며 우체국, 정부24 등 국가 핵심 서비스가 예고 없이 중단됐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중단된 행정서비스 대체 사이트를 네이버 등 국민 다수 이용 포털을 통해 안내 중”이라고 27일 공식 발표했다. 현재까지 실제 시스템 복구 작업은 개시되지 못한 채, 대면 민원 처리와 1차 대체 서비스 안내가 우선 이뤄지는 상황이다.

기술적으로 이번 장애는 ‘싱글 포인트(단일 지점) 장애(SPOF)’에 따른 공공 인프라 취약성을 드러냈다. 백업 서버 및 이중화 설계 미비로 국가 필수 시스템들이 한꺼번에 오프라인되는 ‘섹트럴리티(sectorality, 집중 리스크)’가 현실화된 것이다. 특히 사용자 입장에서는 평소 신뢰했던 정부24, 우체국 업무가 한순간 중단돼 혼란이 가중됐다.

 

정보 공백이 길어진 영향으로, 네이버와 다음이 사실상 ‘국민 포털’ 지위에서 재난 정보를 직접 공지하는 드물고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실제 네이버 웹과 모바일, 다음 고객센터에는 오전부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관련 대민 안내가 빠르게 게시됐다. 양 사는 대체 서비스 목록, 대면 민원 처리법, 공식 안내 경로 등을 집중 노출하며, 기존의 기상 특보·재난문자 안내 시스템을 한 단계 확장해 운용 중이다.

 

IT 플랫폼 기업이 국가 재난시 정보 전달의 최전선으로 나선 것은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비상 상황에서 구글, 야후 등과 공공통신 협력이 부분적 시범 적용된 사례가 있으나, 모든 국가 행정 처리의 민간 안내 전환은 드물다. 업계 관계자들은 “포털 기반 공공정보 유통의 실효성과 동시에 데이터 신뢰·공유 체계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전자정부 시스템과 플랫폼 규정상, 각종 행정서비스 데이터는 국가가 직접 관리·배포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전산망 통제권이 상실될 때를 대비해, 민간 플랫폼과의 정보 연계·대체 체계 전면 재점검이 불가피해 보인다. 데이터 보안, 업무 연속성 보장 등 법적·기술적 개선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공공정보 전달 체계와 IT 인프라 보안 규제의 구조 전환 신호”라며 “국가 시스템 회복력과 민관 플랫폼 협력의 상시화가 재난 대응력의 핵심 과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협력 사례가 디지털 공공 부문 혁신의 계기가 될 지 주목하고 있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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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다음#국가정보자원관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