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로 러 제재 우회 차단”…영국·미국, 키르기스스탄 기업 제재에 역내 파장
현지시각 20일, 영국(UK)과 미국(USA) 정부가 키르기스스탄에서 러시아(Russia)의 국제 제재 회피에 관여된 의혹을 받는 가상화폐 기업·금융기관을 잇달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번 조치는 불법적 자금 흐름과 제재 회피 통로로 의심받는 중앙아시아 기업과 국영은행에 대한 서방의 경계가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영국 정부는 20일, 키르기스스탄 소재 그리넥스, 올드벡터 등 가상화폐 업체 4곳에 제재를 단행했다. 영국 당국은 최근 4개월간 루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A7A5’ 플랫폼에서 93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하는 거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국도 지난주 이들 업체 일부를 공식 제재 명단에 포함한 데 이어, 러시아 대리 불법 금융 거래 혐의까지 제기했다.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의 서방 제재 우회 시도에 키르기스스탄 플랫폼이 이용되는 정황이 있다”며 공급망 전반에 대한 감시 강화 방침을 밝혔다.

키르기스스탄 내 제재 조치는 올해 초부터 이어져 왔다. 미국은 1월, 키르기스스탄 국영 ‘케레메트 은행’이 러시아의 금융제재 회피를 지원했다고 판단해 제재에 추가했다. 은행 측은 국가 통제 및 국제 규범 준수를 강조하며 공식적으로 이의 제기 방침을 밝힌 상태다.
키르기스스탄 정부와 대통령은 즉각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사디르 자파로프 대통령은 21일 국영 뉴스통신과의 대담에서 “경제를 정치화하지 말 것”을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에게 촉구하며, “어떤 은행도 제재 대상이 되지 않도록 모든 금융 흐름을 정부 감독 아래 운용 중”이라고 주장했다. 자파로프 대통령은 “국제적 의무를 존중하나 경제 성장과 국민 이익 침해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은 구(舊)소련 국가로, 러시아와의 군사·경제 협력이 긴밀한 구조다. 러시아는 최대 무역 상대국 중 하나로, 제재 확대로 무역·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됐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영국·미국의 추가 압박이 키르기스스탄의 국경 간 무역, 현지 가상자산 생태계, 대러 환류와 금융 흐름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주요 매체들은 이번 조치가 ‘러시아 제재망의 지리적 경계 확대’ 신호라고 평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서방-러시아 제재 경쟁의 최전선에 섰다”고 분석했다.
향후 미·영 등 서방국 정부의 주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키르기스스탄과 유사한 환경의 역내 국가들도 유사한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동북·중앙아시아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러시아와 인접국의 경제 협력 구조가 재편기를 맞이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제재의 실질적 영향과 현지 대응 방식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