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선 회복”…SK하이닉스·네이버 급등, 환율 하락과 추경 기대가 시장 달궜다
서늘한 초여름 오후, 코스피가 오랜 시간 닫혀 있던 3,000선의 문을 다시 열었다. 2025년 6월 20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스피 종가는 전일 대비 44.10포인트 상승한 3,021.84로 마감했다. 이는 2021년 12월 말 이후 3년 6개월 만에 다시 밟는 ‘3천의 고지’다. 시장은 활력을 되찾았고, 시가총액은 2,471조8천억 원으로 역대 가장 높은 기록을 새로 썼다.
아침에는 불안이 짙게 깔려 있었다. 중동 정세의 긴장과 MSCI 시장 접근성 평가에 대한 실망감 속에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주춤했고, 코스피는 횡보와 약세 사이를 오갔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환율이 힘없이 무너졌고, 정부가 준비한 30조5천억 원 규모 추경안의 통과 기대감이 자본시장 깊은 곳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외인과 기관의 결연한 매수세가 물결처럼 밀려들며, 오후장은 또 다른 호흡으로 전개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 5,564억 원, 기관은 372억 원 규모를 적극 매수했다. 개인 투자자는 이와 달리 5,962억 원어치를 매도하며 조용히 물러났다.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이 1,843억 원 순매수를 단행했다. 이어진 한국거래소의 집계에서, 최근 한 달 외국인은 4조6천억 원 가까이 매수했으며, 기관도 2,930억 원 추가 매수에 가세했다. 개인 주체만이 4조4천억 원 이상을 매도하며 신중함을 택했다.
이날 매수의 한가운데에는 SK하이닉스(000660),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처럼 반도체와 이차전지 ‘쌍두마차’가 있었다. SK하이닉스가 4.47% 오르며 25만 원선을 돌파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4.81% 급등, 삼성SDI도 4.82% 오르며 장을 마쳤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출시가 예고되자, 전기차와 첨단 산업의 미래가 새롭게 부각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아, 현대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다양한 대형주 역시 상승 반열에 올랐다.
무엇보다 NAVER(035420)는 6.94%의 폭발적 상승을 연출했고, 카카오는 10.26%나 올랐다. IT 플랫폼 대장주도 시장 랠리를 힘있게 견인했다. 반면, 현대로템, 삼성전자, 한미반도체와 같은 일부 종목은 외인의 매도 우위가 두드러졌다. 이것은 전일 강한 상승에 대한 차익실현의 단면이었다. 카카오뱅크, 파마리서치, 삼성중공업, 엔씨소프트 등에서도 매도 신호가 읽혔다.
기관 투자자들은 다면적인 선택을 보여줬다. 네이버와 카카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알테오젠 등 성장주를 확대 매수했으나, 동시에 삼성중공업, 현대로템, SK하이닉스에서는 차익실현에 나섰다. 개별 종목별 잠재 가치와 수급 변수에 따라 전략을 펼친 셈이다.
시장 기반에는 환율 하락이 칼날처럼 선명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하루 새 14.6원 떨어져 1,365.6원을 기록한 것이다. 외국인 자금이 자연스레 모여들었고, 한국 증시는 다시 세계 투자자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경 통과가 소비 촉진 기대를 자극했고, 대형주 중심 강세장으로 연결됐다”고 풀이했다.
조선과 원전 대표주는 나란히 힘을 잃었다.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등은 각각 1%에서 4%까지 낙폭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IT서비스, 화학, 전기전자 지수가 앞서 나갔고, 건설과 의료정밀은 약세가 뚜렷했다.
코스닥 시장마저 강한 랠리에 동참했다. 코스닥지수는 1.15% 오른 791.53에 장을 마쳤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79억 원, 388억 원을 순매수하며 힘을 합쳤다.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종목이 7~12%대 급등세를 펼쳤고, 알테오젠, HLB,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다양한 성장기업이 순항했다. 바이오주 가운데 펩트론, 휴젤, 클래시스 등 일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루 거래 규모도 새로운 역동을 드러냈다. 코스피는 17조9천억 원, 코스닥은 7조8천억 원으로 각각 4조 원과 2천억 원 가까이 늘었다. 단기적으로는 외인과 기관의 주도권이 뚜렷하며, 추경 통과와 경기부양 기대가 실제 자금 흐름에 생생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적 저항선이었던 3,000선을 돌파한 오늘, 국내 증시는 구름 뒤에 숨었던 희망의 윤곽을 다시 그려냈다. 남아 있는 리스크, 중동의 긴장과 미중 무역분쟁, 환율의 불안정성이 여전히 그림자처럼 걸쳐 있지만, 이날의 강세는 한국 자본시장이 세계 투자의 시계에 또 한 번 각인됐음을 알리는 상징적 신호였다. 시장은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투자자와 실물 경제 모두가 재편되는 풍랑 속에서, 다음 주 예정된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와 변동하는 환율 동향에 시장의 눈길이 모이고 있다. 각자의 포지션을 점검하며 새로운 출발점에 서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