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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이혼 확산”…美 35% 부부, 각방 선택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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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이혼 확산”…美 35% 부부, 각방 선택 늘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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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이혼’이라는 새로운 부부 문화가 미국 사회에서 주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미국수면의학아카데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5%가 배우자와 잠을 따로 자는 ‘수면 이혼’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7~42세 젊은 부부 43%가 이같은 선택을 하고 있으며, 43~58세는 33%, 59~76세는 22%로 연령대가 낮을수록 각방을 쓰는 비율이 뚜렷하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각각의 생체리듬과 개인 환경을 존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면 질 관리를 위해 부부가 각자 침실을 사용하는 현상은 흔히 코골이나 하지불안증후군 등 건강 문제, 갱년기 증상 등 신체적 변화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결혼 16년차인 미국의 한 부부는 남편의 수면장애 때문에 결혼 생활의 절반을 따로 잤으며, 2017년부터는 아예 별도의 공간을 꾸렸다. 이들은 오히려 부부 사이가 더 돈독해지고, 각자 충분한 휴식을 통해 서로에 대한 배려와 집중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오랜 기간 부부가 꼭 한 침대를 써야 한다는 사회적 관념이 강했지만, 실상 여러 세기에 걸쳐 각방 문화가 존재해왔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변화는 수면을 관리하는 기술, 즉 ‘슬립테크(Sleeptech)’ 산업에도 큰 파급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외 시장에서는 맞춤형 수면 트래커, 분리형 매트리스, 소음 차단 기기 등 부부 각자의 수면질을 높여주는 IT 기반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수면 건강’ 자체가 복지의 일부로 논의될 만큼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다. 반면 일부에선 “각방 생활이 감정적 거리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남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외부 기관의 조언을 받아 각방을 결정한다면 심리적·정신적 건강 역시 개선될 수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만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함께, 슬립테크 도입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등 새로운 윤리·정책 이슈가 대두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수면 관련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장이 부부 문화뿐만 아니라 전체 웰니스 시장의 변곡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일상생활의 접점이 확대되면서, ‘잠’이 가족 구조와 건강관리 패러다임을 동시에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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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수면의학아카데미#수면이혼#슬립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