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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이글 퍼트”…그레이스 김, 연장전 명장면→역대급 에비앙 정상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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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이글 퍼트”…그레이스 김, 연장전 명장면→역대급 에비앙 정상 등극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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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에비앙레뱅 골프장, 18번 홀에 이글 퍼트가 꽂히는 순간, 운명의 무게가 그린 위에 내려앉았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던 팽팽한 승부, 그레이스 김의 손끝에서 경기장은 환희의 물결로 바뀌었다. 연장 2차전에서 터진 3.5m 이글 퍼트, 그 서사적 명장면이 LPGA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을 결정지었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7월 13일(현지시각)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총상금 800만달러의 LPGA 메이저 대회로 치러졌다. 그레이스 김과 지노 티띠꾼이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친 가운데, 경기 흐름은 17번 홀까지 티띠꾼이 2타 앞서며 주도권을 쥔 듯 보였다.

“극적인 이글 퍼트”…그레이스 김, 연장 끝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 연합뉴스
“극적인 이글 퍼트”…그레이스 김, 연장 끝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 연합뉴스

분위기를 뒤집은 것은 18번 홀(파5)에서 나온 그레이스 김의 두 번째 샷이었다. 190야드 거리에서 하이브리드 4번 클럽을 잡은 그는 공을 홀 가까이에 붙였다. 갤러리의 숨죽인 시선, 그리고 이글 퍼트가 홀컵을 파고들며 승부는 단박에 연장으로 넘어갔다.

 

연장 첫 번째 홀, 위기도 있었다. 그레이스 김은 두 번째 샷이 페널티 구역에 들어가 1벌타를 받고 드롭했지만, 러프에서 친 러닝 샷이 그대로 홀을 통과했다. 이 버디는 스스로의 흔들림을 논리로 바꾼 한 타였다.

 

2차 연장전, 그레이스 김은 더 이상 숨지 않았다. 3.5m 이글 퍼트가 깔끔하게 컵을 노크했고, 세계 정상에 오르는 점을 확실히 찍었다. 이날 7번 홀(파5)에서도 벙커에서 이글을 기록하는 등, 결정적 순간마다 그레이스 김은 과감하고 미세한 승부사 기질을 보여줬다.

 

그레이스 김은 이 우승으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과 LPGA 투어 2승째를 손에 넣었다. 2023년 4월 롯데 챔피언십에 이은 2년 3개월 만의 감격이었다. 그는 “다시 하라면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믿기지 않는다”는 소감을 밝혀 뭉클함을 더했다.

 

경기 후 그레이스 김은 “1차 연장에서는 잠시 실망했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즌 내내 감기로 인한 컨디션 난조와 슬럼프를 털어놓으며, 교포 선수로서 집중과 책임을 견뎌온 일상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준우승을 차지한 태국의 지노 티띠꾼은 세계 랭킹 1위 복귀와 생애 첫 메이저 제패를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그레이스 김이 경기 후 티띠꾼을 위로하며 깊은 존경을 전한 장면은 선수 간 진한 우정을 전했다.

 

이번 우승으로 그레이스 김은 LPGA 투어 순위 경쟁에서도 더 큰 기회를 잡았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응원의 메시지가 도착하는 밤, 국내외 골프 팬들은 그의 발걸음에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짧은 샷 하나에도 수천 번을 흔들리는 마음, 연습장의 땀, 갤러리의 박수소리 등 모두가 그레이스 김의 현재를 만들었다. LPGA 투어의 다음 무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엔, 어제보다 깊은 성취와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 비쳤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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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김#에비앙챔피언십#지노티띠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