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윤정암·윤혜숙이 긴 터널을 밝혀”…중년 간병의 울림→지금 이 사회에 던진 아픈 질문
따스한 햇살이 머문 창가 그 너머, 윤정암과 윤혜숙의 길 위에는 가족을 위해 소진된 하루가 고요히 펼쳐진다. KBS 1TV ‘추적60분’은 노쇠한 부모를 부둥켜안은 중년 간병인의 흔들리는 삶을 밀착 포착하며, 시청자에게 처음엔 잔잔한 공감의 결을 건네다가 점차 깊은 질문을 던진다.
윤정암은 경기도의 집안에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 수차례 허리 수술을 겪은 어머니를 동시에 간병한다. 세 식구를 떠받치는 국가 지원금 70만 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게를 더하고, 어머니의 병원비는 대출로 쌓여간다. 8년, 하루하루 반복된 간병 속에서 윤정암에게 찾아온 우울증과 건강 악화는 그 자체로 삶의 경계에 서 있다는 절박함을 새긴다. 매 순간 “엄마를 더 아프게 할까 두려워 약도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는 윤정암의 고백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무거운 책임과 헌신의 밑바닥까지 소리 없이 벼랑에 선 이의 마음이 녹아 있다.
한편, 독일에서의 긴 세월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윤혜숙 역시 치매를 앓는 부모와의 사투를 7년째 이어왔다. 홀로 간병의 무게를 짊어진 채 윤혜숙은 어디 한 군데 편히 머물 곳도, 마음 놓고 다녀올 곳조차 사치처럼 느껴지는 시간을 살았다. 졸음을 견디다 겪은 교통사고, 스스로의 미래 앞에 서는 불안까지 간병인의 일상은 누구에게나 가까이 있지만 먼 그림자여서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게 현실”이라는 말은, 곧 이 사회의 달라진 풍경과 깊은 구조적 문제를 상징한다.
오래도록 부모를 간병하지 못해 요양병원을 선택한 자녀의 죄책감도 모습을 드러낸다. 아버지를 병원에 맡겼던 김은주(가명)는 욕창 관리의 부족과 그 뒤에 남은 상처를 감당해야 했다. 병원의 장벽 너머에서조차 간병의 마음은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다는 진술은, 가족과 시설 선택 모두에게 책임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 통합지원’ 법안이 준비되고 통합돌봄 서비스의 시범 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의 부족함, 공공 책임에 대한 사회적 고민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간병이란 한 단어에 실린 가족의 의무와 고독, 그리고 연대의 가능성은 초고령 사회 한국이 맞닥뜨린 가장 동시대적인 숙제로 남는다.
이번 ‘추적60분’ 1415회 ‘아픈 부모님을 모십니다. – 위기의 중년 간병’ 편은 2025년 6월 20일 금요일 밤 10시에 방영될 예정이다. 이 날 방송에서는 중년을 집어삼킨 간병의 현실과, 그로 인해 다시 한 번 사회 전체에 던져지는 묵직한 질문을 따라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