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의석 ‘도둑질’ 호소”…용혜인, 민주당·최혁진 사기극 논란→정당민주주의 파장
가슴에 담아온 기대와 벅참은 한순간 분노와 실망으로 뒤바뀌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가 6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례대표로 국회 진입이 유력해진 최혁진 후보자에 대한 공식 추천을 전격 철회한다고 선언하며,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근간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일었다. 용 대표는 “윤석열 정권에 맞선 연합정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호를 위해 선거연합정당 ‘새진보연합’을 결성했다”는 배경을 밝히며, 기본소득당이 사회연대경제와 기본소득 정치를 결합한 새로운 진보 정치 실험의 일환으로 최혁진 씨를 2호 새진보인재로 영입했던 과정을 되짚었다.
과거 용 대표는 최혁진 후보가 오랫동안 사회연대경제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과, 기본소득 정치 실천을 위한 열망을 높이 사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했으며, 당원과 국민에게 “새로운 진보 정치를 약속했던 것”이라 회상했다. 하지만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서 비례 16번이 낙선한 뒤, 민주연합 소속 비례의원 일부가 새 정부에 참여하면서 “뜻하지 않은 승계의 기회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용 대표는 “그 소식에 누구보다 기뻤고, 기본소득당으로 돌아와 국민 앞에 약속을 지킬 줄 믿었다”며 그날의 설렘을 전했다.

하지만 반전의 순간은 곧 다가왔다. 최혁진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에 남겠다는 답변을 해온 것이다. 용 대표는 이 결정을 두고 “기본소득당 추천으로 의원직을 얻었음에도 약속을 저버린 행보는 민주주의 원리와 정당질서, 상식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불과 1년 3개월 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당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그 사람은 사라졌다”며, 개인적 실망감을 넘어 정치적 배신, 기만으로 규정했다. 용 대표는 끝까지 설득했으나, 최혁진 후보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는 뒷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는 “국민과 당원 앞의 약속을 스스로 무너뜨린 행위는 정치적 사기”라고 직격했다.
이날 기본소득당은 즉각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했고, 최혁진 후보자에 대한 비례대표 후보 추천 철회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에 공식 통보하는 결정을 내렸다. 용 대표는 “정당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한 자가 국민의 대표가 돼선 안 된다”며 민주당에 “최혁진 씨 즉각 제명”을 요구했다. 더불어 향후 민주적 정당질서 수호, 시민추천 후보에게 기회 부여 등 원칙의 회복도 촉구했다.
정치권 안팎으로는 소규모 정당의 약진과, 선거연합 구조 속에서 비례대표제의 원칙·책임 문제가 다시금 부상하며 논쟁이 불거졌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입장과 향후 대응이 검토될 예정이며, 정당 추천 비례대표의 당적 이탈과 승계 원칙을 둘러싼 정당민주주의의 근본 규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