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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을 감싼 냉혹한 시간”…꼬꼬무, 응암동 괴담 압도적 전말→숨가쁜 진실 겨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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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을 감싼 냉혹한 시간”…꼬꼬무, 응암동 괴담 압도적 전말→숨가쁜 진실 겨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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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깔린 공포와 오래된 미스터리가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의 스튜디오를 무겁게 휘감았다. 출연진의 숨죽인 시선은 응암동 다세대주택 지하에 얽힌 비밀을 더듬으며, 잊힌 시간들과 미해결 질문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헤쳐 나갔다. 리듬감 있는 전개 속에, 도시 괴담의 그늘 아래 감춰졌던 한 여성의 사연이 서서히 드러났다.

 

방송에서는 ‘지하실의 여인 2002 응암동 괴담’ 에피소드로, 1997년 은평구 응암동 지하실에서 발견된 충격적인 강도 살인사건을 깊이 있게 조명했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콘크리트 벽 너머에 봉인됐던 시신과, 그 실체를 마주한 당시 주민들의 망연자실했던 표정, 그리고 이어진 연쇄적인 죽음의 그림자가 음산하게 교차했다. 1200만 원을 둘러싼 채무 갈등과 격렬했던 논쟁, 그리고 냉혹한 결심이 한순간의 비극을 불러왔다.  

SBS '꼬꼬무'
SBS '꼬꼬무'

범인은 지하 공장 동업자였던 여성에게서 돈을 빌렸다가 이를 변제하지 못해 다툼 끝에 잔인한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멘트 벽 안에 드리운 흔적과 비닐로 입을 막았던 흔적, 미라처럼 말라버린 시신은 결국 과학수사와 집요한 경찰의 추적으로 신원이 밝혀졌다. 그즈음 십년을 넘긴 세월 동안 이 다세대주택에서는 공장 운영 실패, 암, 사고, 질병 등으로 여섯 명이 잇달아 세상을 등진 사실도 전해졌다.

 

다만 방송은 이러한 비극의 연쇄가 범인과 피해자 이외의 주민들과는 무관하다는 점에 대해 신중한 시선을 담아낸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경찰이 끝내 범인을 추적해내고 자백을 받아냈던 과정 또한 시청자의 마음에 먹먹함을 남긴다.

 

부드러운 조명 아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도시를 휘감은 괴담 그 너머, 인간의 두려움과 기억의 실타래를 하나씩 더듬는다. 이 에피소드는 31일 밤 안방극장을 서늘하게 물들였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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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꼬리를무는그날이야기#응암동괴담#시멘트살인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