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물 따라 환호성”…평창더위사냥축제서 여름의 한가운데를 만나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도시는 더위에 눌리지만, 계곡물이 흐르는 평창에서는 다르다. 평창더위사냥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해뜰마을길 땀띠공원 근처에 모여든 이들은 맑은 물소리와 어린이들의 웃음에 한껏 마음을 내려놓는다. 한때 여름이면 어디서나 그저 땀 흘리는 계절이었지만, 이제는 더위를 쫓는 새로운 방식이 평창의 여름을 대표한다.
축제 현장에 들어서면 대형 돗자리 그늘막 아래로 요란하게 터지는 물풀장과 송어잡기, 양동이 물폭탄이 눈길을 끈다. 산신령 버블팝에서 들려오는 버블파티의 음악과 아이들의 환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가족 단위 참여자들은 트랙터 투어나 로드기차를 타고 숲길을 따라 바람을 맞으며, 평창의 정취를 한껏 느낀다. SNS에는 이미 계곡물에서 맨손으로 송어를 잡는 인증샷, 올챙이국수와 평창 옥수수 앞에서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모습이 공유되며 부러움과 설렘이 퍼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축제 일정에서도 확인된다. 해마다 7월이던 축제가 8월로 옮겨지며, 늦여름의 완연한 청량감과 함께 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유도한다. 지역 음악가들이 선사하는 무대, 속속 등장하는 향토 음식 부스는 평창 로컬의 정성을 고스란히 담는다. 평창군 한 관계자는 “물속에서 마음껏 뛰놀고,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경험이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축제 방문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스마트폰 대신 물놀이에 흠뻑 빠져 즐거워했다”고 이야기했고, 젊은 커플은 “평창에서의 여유가 진정한 여름의 맛을 느끼게 한다”고 토로했다. 커뮤니티에는 “이제 여름휴가는 평창으로 정착”이라는 글들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지역축제가 ‘여름 피서’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간다고 진단한다. 자연환경과 먹거리, 공동체 활동이 어우러진 속에서 삶의 균형을 돌보고 감각을 일깨운다는 것. 자연스럽게 더위를 즐기는 마음, 이웃과 웃음 짓는 순간이야말로 진짜 여름의 의미임을 새삼 환기시킨다.
해뜰마을길에서 계곡물을 만지는 작은 손, 송어를 잡으려 외치는 소리, 그리고 평창의 산내음은 축제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