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펍지 세계관, 애니메이션 확장”…크래프톤, 7100억엔 日 ADK 인수 ‘콘텐츠 빅딜’
게임 IP와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결합하며 IT·콘텐츠 산업의 경계가 재편되고 있다. 크래프톤이 일본의 ADK그룹을 750억엔(약 7103억원)에 인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업계는 이번 인수가 크래프톤의 ‘펍지(PUBG) 유니버스’ 세계관 확장과 일본 내 콘텐츠 전략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크래프톤은 2일 일본 콘텐츠 기업 ADK그룹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ADK는 300편 이상의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 참여 경력을 보유하며, 광고·미디어 기획 및 마케팅 역량까지 갖춘 일본 내 종합 콘텐츠 기업이다. 크래프톤은 회사의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배틀그라운드의 ‘펍지 유니버스’ 세계관을 지난 2021년부터 확장하고 있으며, 이번 인수로 게임을 넘어 다큐멘터리·웹툰·단편영화 등 장르를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특히 펍지 IP의 ‘생존’ 키워드를 바탕으로, ADK의 기획·제작 전문가 집단을 통한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시리즈화도 예측된다. 크래프톤은 그간 웹툰(100, 침묵의 밤 등)과 영화·뮤직비디오 형식(그라운드 제로, 트로이의 몰락 등)으로 펍지 스토리를 확장해 왔으며, 웹툰 3종은 북미·일본 시장에서도 공개돼 흥행을 거뒀다. 그러나 글로벌 OTT와 할리우드 제작자 협업 등 대형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는 중단된 상황에서, 이번 ADK 인수가 향후 ‘펍지’ 세계관의 영상 제작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역량과 마켓 인프라를 확보한 ADK가, 크래프톤 IP와 결합해 게임-애니메이션 융합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평가한다. 70년에 달하는 ADK의 광고·미디어 네트워크가 크래프톤의 게임 사업력과 시너지를 내면서, 일본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할 ‘전진 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크래프톤이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 참여를 통해 인기 애니메이션 IP의 게임화 판권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기획 단계부터 지분 투자를 하며 게임 판권을 확보하는 방식은 최근 국내외 게임사의 표준 전략으로 부상 중이다. 실제로 넷마블이 출판사 고단샤의 ‘샹그릴라 프론티어’ IP 확보 후 애니메이션·게임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사례가 있다. 이에 크래프톤도 ADK의 콘텐츠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애니메이션 기반 인기 IP의 글로벌 게임화 및 신규 사업 모델 실험이 가능할 전망이다.
크래프톤이 M&A 이후에도 3조5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토대로 일본 내 추가 콘텐츠·게임사 인수도 모색할 여력이 있다는 점 역시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게임사가 애니메이션, 만화 등 일본 오리지널 IP와 융합하는 모델이 확대되는 국면”이라며 “이번 ADK 인수는 단순 캐릭터 콜라보를 넘어, 개발 단계에서부터 IP의 상품화 및 다각도 리딩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콘텐츠 산업계는 이번 인수가 실제로 성공적인 IP 확장과 일본 본토 시장 안착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양사의 융합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