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셔틀외교 복원”…이재명, 이시바와 정상회담서 협력 강화 시사
한일 협력의 확대를 둘러싼 양국 정상의 구상이 공개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경제와 안보 등 다방면에서 한일 간 협력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과 북러 협력 강화 등 복합 위기 국면 속에 양국 관계 정상화가 한미일 공조를 극대화할 열쇠로 부상한 가운데, 정치권 안팎의 파장도 커지고 있다.
이날 정상회담은 소인수회담과 확대회담을 합쳐 총 113분간 진행됐다.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며 “가치, 질서, 체제, 이념에서 비슷한 입장을 가진 한일 양국이 어느 때보다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력을 통해 얻을 것이 정말 많은 시기”라며 이시바 총리와 각료, 공무원들의 소통도 주문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안정적인 한일관계 발전은 지역 전체 이익이 된다”며 “한국과 일본, 미국의 협력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북핵 위협 등 동북아 안보 상황에 공동 대응하고, 저출산‧고령화, 농업‧재난안전 등 공동 과제엔 당국 간 협의체를 출범키로 의견을 모았다. 한미일 3국 공조하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위한 국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러‧북 간 군사협력 심화에 함께 대처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경제 협력 분야에서는 수소,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양자, 다자간 개발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10월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일본이 의장국인 한일중 정상회의 성공을 위해서도 힘을 합치기로 했다. 공동발표문에는 “이시바 총리는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포함한 역사 인식 관련 역대 내각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함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현안이나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등 민감한 사안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대신 이재명 대통령은 “양국이 너무 가까운 만큼 불필요한 갈등도 생긴다”며 “접근하기 어려운 사안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고하되, 협력할 분야부터 논의하는 것이 정치권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17년 만에 한일정상이 공동문서 형태의 발표문을 채택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관측통들은 한일관계가 정상궤도에 올랐다는 메시지가 한미일 전략적 연대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면서도, 과거사 갈등이 실질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점은 남은 과제로 제기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일 셔틀외교의 복원이 공식화된 만큼, 양국 정부는 가을 아시아 정상외교 무대에서 협의된 중장기 실천방안 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