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안 갈등 ‘다구리’ 발언까지”…윤희숙, 국민의힘 내홍 격화

국민의힘 혁신안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이 극점에 달했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다구리”라는 표현으로 지도부 비판을 쏟아내자, 지도부는 “도가 지나친 발언”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혁신안과 인적 쇄신 논의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1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때 얘기인 만큼 다구리라는 말로 요약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혁신안 논의 과정에서 자신의 안건이 반발에 부딪혔음을 언급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해당 혁신안에는 당헌·당규에 계엄·탄핵 사죄 명시, 당 지도부 개편, 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 의원 등 주요 인사의 거취 표명 요구가 담겼다.

지도부는 강하게 반응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혁신안 내용을 공유받은 위원이 없었고, 본인이 대표한 부분까지 ‘다구리’라 표현한 건 도가 지나치다”며 “인사청문회 시즌에 왜 이런 타이밍에 발표했는지 불만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윤 위원장에게 ‘혁신위원과 상의 없이 발표해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말했다. 이날 비대위에서는 당 구조 혁신, 당원소환제, 당 대표 선출 규정 논의를 이어갔으나 결론은 내지 못했다.

윤희숙 위원장은 기존 지도부 폐지안 대신 권역별 최고위원 도입과 당대표 100% 국민여론조사 선출이라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회의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2004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을 언급하고, “당 대표와 37명의 중진이 불출마 선언해 당이 존폐 위기에서 벗어났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 의원의 거취 표명을 거듭 촉구하는 의미였다.

구주류와 핵심 인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혁신위 요구는 사과가 아니다”며 “탄핵 반대·40% 국민 지지를 저버리는 자기부정”이라고 페이스북에 남겼다. 한 중진 의원도 “혁신은 필요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려면 균형점이 중요하다”고 신중론을 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당일 왜 발표했는지 모르겠다. ‘물 들어왔는데 노를 부러뜨린 꼴’”이라 비판했다.

비주류 측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한 친한동훈계 의원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혁신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혁신안 방향과 인적 쇄신을 두고 치열한 파열음을 드러내며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도부와 혁신위, 구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어떻게 귀결될지 차기 지도체제와 당내 입장 정리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