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물에 발 담그고, 시를 걷는다”…인제의 여름 여행이 달라졌다

여름이면 인제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예전엔 그저 산 좋고 물 맑은 곳이었지만, 이제는 문학과 감성이 어우러진 여행지로 인제의 일상이 바뀌고 있다. 사람들이 계곡 물소리와 숲길의 향기, 그리고 한 구절 시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 익숙하다.

인제에는 깊은 원시림과 맑은 물이 흐르는 아침가리계곡을 찾는 이들이 많다. 친구들과, 또는 가족과 함께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쉬어가는 풍경이 쏟아지는 SNS 인증샷으로도 남는다. 수량이 풍부해 여름 피서지로 특히 유명한데, 내린천에서는 물살 따라 래프팅과 카약 등 액티비티를 즐기는 이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북면의 백담계곡 역시 기암괴석과 설악산 경관에 기대 온몸의 피로를 씻고 돌아가는 코스로 손꼽힌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강원도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7월 셋째 주 인제는 최고 29도에서 최저 20도를 오가며, 방문객들도 비를 피해 숲과 계곡을 찾는 패턴이 두드러진다. 자연스럽게 인제군은 여름철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인제 여행의 본질을 ‘감성 회복’이라고 표현한다. 여행 칼럼니스트 양수진 씨는 “계곡과 숲, 그리고 시인의 거리까지, 인제는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감정의 여운을 남기는 곳”이라고 고백했다. 용대자연휴양림의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이나,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의 백색 풍경은 걷는 내내 머릿속 잡념을 지우는 힐링 효과를 선사한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아침가리계곡에 잠시 누웠을 때 마음이 맑아졌다”, “자작나무 숲길은 꼭 혼자 걸어보고 싶다”는 후기부터 “박인환의 거리에서 시 한 구절을 읽으니 잊었던 감성이 돌아왔다”는 체험담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요즘 인제 여행은 가족 단위뿐 아니라 홀로 떠나는 이들에게도 인기다.

작고 소박한 여행이지만, 그 안에서 삶을 리셋하는 시간은 오래 남는다. 산촌민속박물관에 들러 옛 주민들의 생활을 마주하거나, 박인환문학관에서 우리 시인의 세계를 다시 읽는 것도 인제에서만 가능한 감상이다. 누군가는 “여행은 끝나도 자연의 향기와 시의 울림은 머물러간다”고 표현했다.

인제의 여름 여행은 단지 잠깐의 휴가가 아니다. 계곡과 숲, 그리고 한 편의 시에 기대는 순간, 조금씩 달라진 내 마음이 느껴진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