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가상자산 시가총액 14% 급락”…거래·예치금 급감에 소액투자자만 증가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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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2025년 상반기 시가총액과 거래·예치금이 큰 폭으로 줄면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이 2025년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25곳을 조사한 결과, 시가총액은 95조1,000억원으로 2024년 말(110조5,000억원) 대비 14% 감소했다. 17개 거래업자의 일평균 거래규모도 6조4,000억원으로 전기보다 12% 줄었고, 영업손익은 6,185억원으로 17% 감소했다. 이용자 원화예치금은 6조2,000억원에 그쳐 무려 42%나 쪼그라들었다.  

 

반면 거래 가능한 이용자 수는 1,077만명으로 집계돼 11% 늘어나는 역설적 흐름을 보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실질 투자 여력이 줄고 투자자층만 넓어진 빈껍데기 시장’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원화마켓 쏠림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코인마켓의 거래규모와 시가총액이 각각 286%, 298%씩 급증했으나, 적자폭도 △174억원으로 커지면서 시장 내 고위험성 자산 거래가 집중되는 양상이 이어졌다.  

국내 이용자 현황 (등록 계정수(개) = 명목 이용자(명) + 거래가능 이용자수(명))
국내 이용자 현황 (등록 계정수(개) = 명목 이용자(명) + 거래가능 이용자수(명))

보관·지갑 사업자 부문의 위축도 두드러졌다. 전체 수탁고는 7,398억원으로 절반(△50%) 가까이 줄었고, 개인 고객 수도 647명으로 45% 감소했다. 법인 고객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계좌 잔고가 사실상 ‘0’인 것으로 밝혀져, 자금이 일부 대형 법인에만 집중되는 위험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용자 세부 분포를 보면 30대 남성이 28%, 40대가 27%로 주축을 이뤘고, 전체 개인투자자 1,077만명 중 70%(756만명)는 50만원 미만만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1,000만원 이상 고액 보유자는 10%에 불과해, 전기 대비 2%포인트 줄었다. 전문가들은 “시장 밑바닥이 넓어지는 것과 달리 유효투자금은 감소했다”며 자금력 있는 투자자 이탈 우려를 제기했다.  

 

시장 리스크도 커졌다. 거래 코인 평균 MDD(최고점 대비 하락률)는 72%로 전기보다 4%포인트 높아졌고,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27%), 코스닥(20.7%) 대비 세 배를 웃돌았다. 단독상장종목 평균 변동폭은 77%로 위험도가 극심했다.  

 

제도 측면에서는 2024년 7월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가운데, 사업자 자본비율 증대(49.3%, 전년 말 대비 12.8%포인트 상승)와 내부통제 강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대기성 자금 이탈, 보관업자 붕괴, 변동성 확대로 시장 전반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대형 코인 중심으로 쏠리고, 단독상장 고위험자산의 상장 및 폐지 주기가 더욱 단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향후 국내 가상자산 제도 정비와 자금흐름 안정 여부가 시장 체질 개선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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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상자산#시장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