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장맛비 속 고궁 산책”…촉촉한 여름날, 서울의 고즈넉함을 걷다
라이프

“장맛비 속 고궁 산책”…촉촉한 여름날, 서울의 고즈넉함을 걷다

신채원 기자
입력

요즘 서울의 장맛비를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궂은 날씨에 외출을 꺼렸지만, 지금은 비 오는 풍경을 찾아 일부러 명소를 걷는 이들도 많아졌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일상과 감정의 결이 들어 있다.

 

장마가 시작된 7월, 서울 하늘에는 종일 빗줄기와 함께 흐린 구름이 드리운다. 오전 오후를 가리지 않고 만나게 되는 촉촉함, 최고 28도까지 오르는 기온과 높은 습도가 공존하는 이 날, 많은 시민들은 우산을 챙겨 들고 특별한 산책에 나선다. SNS에는 “오늘 경복궁은 영화 속 장면 같다”,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 보면 빗소리에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후기들이 넘쳐난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덕수궁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덕수궁

실제로 장맛비가 내리는 서울 고궁들은 새로운 인기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넓은 처마 덕분에 우산 없이도 대부분의 동선을 누릴 수 있고, 비에 젖은 고궁의 고요함에 매료된 방문객들이 가족, 연인 단위로 꾸준히 찾는다. 국립중앙박물관·서울역사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과 같은 대형 실내 전시장은 쾌적한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작년 대비 우천 시 고궁 방문객과 실내 박물관 입장객이 각각 큰 폭으로 증가했다. 비 오는 날씨에도 가족단위 여가 활동, 문화 체험을 포기하지 않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주 북악스카이웨이와 남산 산책길 역시 “푸른 도시전경과 습도 높은 공기가 주는 여유”를 맛보려는 이들에게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

 

트렌드 칼럼니스트 김유진 씨는 “장맛비를 피하기보다 날씨와 어우러지는 명소를 찾는 최근의 흐름은 일상의 감성을 한층 풍부하게 한다”며 “비 오는 풍경에 스며드는 여유와 고요가 오히려 도시의 쉼표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안개 낀 남산 산책길에서 좋아하는 노래와 걷다 보니 하루의 피로가 사라졌다”, “고궁 처마 밑에서 보는 서울의 빗물은 특별한 풍경”이라는, 저마다의 비 내리는 하루를 기록한 경험담이 눈에 띈다.

 

장맛비를 이유 삼아 평소와는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고, 느긋하게 비를 맞으며 걷는 순간, 삶의 결도 조금 달라진다. 비 오는 도시는 흠뻑 젖은 만큼 고즈넉하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신채원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서울#경복궁#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