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로 바닷물 담수화”…UNIST, 소금기 제거 신기술 공개
태양광 에너지만으로 바닷물에서 식수를 생산하는 신개념 담수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돼, 물 부족 문제의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지현 교수팀은 21일, 표면에 소금이 쌓이는 한계를 획기적으로 극복한 태양열 해수 증발 장치를 공개했다. 이 장치는 바닷물 속 염분이 남아 장치 성능이 저하되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없애며, 전력 공급 없이 물을 증발·정화하는 친환경 원리로 작동한다. 업계는 해당 기술을 진정한 ‘저비용·저전력’ 담수화 해법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연구팀은 ‘ㄱ’자 구조의 종이 플랫폼에 주목해 증발 시스템을 설계했다. 종이의 모세관 현상(물이 좁은 공간을 타고 이동하는 성질)을 이용해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종이 기둥을 따라 윗면으로 이동한다. 이때 윗면에는 햇빛을 흡수해 열을 내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기반 광열흡수체가 코팅돼 있다. 해당 소재는 기존 해수 담수화용 광열흡수체 대비 열전환율이 월등해, 바닷물을 8~10배 더 빠르게 증발시킨다. 증발한 수증기를 별도 응축기에서 식수로 모아내는 방식이다.

특히 이 장치는 증발 과정에서 종이 표면에 소금 결정이 쌓이지 않아, 염분 농도가 높은 환경(최대 20% 소금물)에서도 2주 이상 연속 운전이 가능함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로써 기존 저가형 담수화 장치가 겪던 성능 저하와 내구성 문제를 동시에 개선한 것이다.
응용 범위는 담수화에 그치지 않는다. 공동연구원 소우럽 차울레(Saurav Chaule) 박사는 “한 번에 3.4kg의 담수를 전력 없이 생산함과 동시에, 남은 소금 소재도 친환경 자원으로 회수할 수 있다”며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역삼투압(RO: Reverse Osmosis) 방식이 주류이지만, 해당 장치는 고가의 필터·펌프가 필요 없고 유지비용이 획기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아프리카·남아시아 등 전력 인프라가 취약한 개발도상국의 식수난 해소에 강점을 보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MIT 등에서도 태양열 증발식 담수화 연구가 활발하나, 염분 적체까지 장기간 제어한 사례는 드물다고 평가한다.
정책적으로는 물 부족 국가에 적합한 적정기술 확산과 친환경 수처리 산업 육성 방향과 맞물려 주목된다. 선진국 기준 정수 규제와 미세플라스틱 등 오염 물질 분리 기술 접목 여부도 주요 과제로 남아있다.
장지현 교수는 “외부 전기 없이도 시간당 3.4kg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어 지속적이고 경제적인 수자원 공급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기술이 필드 테스트를 거쳐 실제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