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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의 선언, 흔들린 피의 계보”…강승호·우상전 소름→70년 비밀 실체 드러났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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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게 쏟아지던 햇살 아래, 세대를 아우른 가족의 얼굴이 한자리에 모였다. ‘접속무비월드’가 재조명한 영화 ‘장손’에서 강승호가 연기한 ‘성진’의 목소리엔 묵은 어둠과 단호함이 뒤섞였다. 일상의 평화로움이 뒤흔들린 건, 바로 가업을 잇지 않겠다는 장손의 선언 한마디에서부터 시작됐다.

 

영화 ‘장손’은 오랜 세월을 견딘 대가족이 제삿날 다시 모여, 두부공장의 존폐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는 장면에서 감정을 응축시킨다. 여느 가족처럼 담담했던 표정들은 곧 칼날 같은 언어와 분노로 얼룩지고, 70년간 감춰왔던 일가의 비밀이 서서히 그 베일을 벗는다. 강승호를 비롯해 우상전, 손숙 등 노련한 연기자들은 각자의 상처와 욕망, 미련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보는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출처 : 해당 작품 포스터 이미지
출처 : 해당 작품 포스터 이미지

감독 오정민이 곱게 쌓아 올린 이야기는, 단순한 갈등을 넘어 혈연과 전통, 가족에 얽힌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비록 개봉 당시 큰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했으나, 충실한 작품성은 영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독립영화의 묵직한 힘을 다시금 일깨운다. ‘무도실무관’과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서 보여준 강승호의 깊은 연기 외에도, 우상전, 손숙, 차미경, 오만석 등 다양한 배우진이 유기적으로 호흡을 맞췄다.

 

3대가 한자리에 모였을 때 드러나는 인물들 간의 이면, 그리고 ‘장손’ 성진이 던진 결연한 한마디가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 제사상 너머로 실타래처럼 엉킨 비밀과 고통이 쏟아지고, 관객들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가족사의 경계를 마주하게 된다. 주말 오전 11시 5분 ‘접속무비월드’를 통해 시청자들은 이처럼 의미 있는 한국 독립영화의 숨결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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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강승호#접속무비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