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비 내리는 왕릉 산책”…역사와 예술, 자연을 걷는 김포의 가을 풍경

허준호 기자
입력

요즘 김포에서 비 오는 날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늘었다. 예전엔 비에 젖는 게 불편하게만 느껴졌지만, 지금은 촉촉한 가을 공기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누리기 위해 일부러 빗속을 걷는다. 사소한 취향의 변화지만, 그 안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감각적 태도가 묻어난다.

 

경기도 김포시는 한강 하류를 따라 역사의 숨결과 자연의 여유를 동시에 품고 있는 도시다. 도심의 분주함 뒤로는 고즈넉한 문화유산과 예술 공간, 그리고 마음을 깨우는 다양한 체험이 이어진다. 13일, 김포시 풍무동의 김포장릉은 비 내리는 날씨와 어우러져 그윽한 정취를 선사했다. 왕릉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젖은 나뭇잎 위를 조심스럽게 걷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는 “빗방울이 나뭇잎에 닿는 소리를 듣다 보면 번잡한 마음이 가라앉는다”고 조용히 표현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무게감과, 자연의 숨결이 담긴 산책로가 사색의 시간을 선사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김포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김포

이런 변화는 문화 공간에서도 느껴진다. 김포아트빌리지는 1980년대 서울 한옥을 모아 만든 샘재 한옥마을과 현대적 아트센터가 어우러진 복합예술 공간이다. 빗소리를 들으며 한옥 처마 아래에 서 있거나, 야외 공연장과 창작 스튜디오를 거닐다 보면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지점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한 방문객은 “비 오는 날의 한옥은 유난히 따뜻하고 조용하다. 오래된 기와와 젖은 나무 냄새가 마음을 가라앉힌다”고 느꼈다.

 

실내 체험의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양촌읍의 한지이야기 체험장은 우리나라 전통 한지를 직접 떠보고 다양한 공예품을 함께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비 오는 날에도 실내에서 체험이 가능해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아이와 함께 한지 공예를 하거나, 가족 단위로 피자 만들기를 하며 소소한 유대감을 누리는 방문객이 많다. 한 학부모는 “종이 한 장이 내 손에서 태어나는 경험이 신기하고, 아이와 특별한 추억이 쌓였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체험이 “자연과 예술, 전통을 일상 속에서 만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향유”라고 본다. 실제로도 “비 오는 날 밖을 걷거나, 손을 쓰는 체험에 몰입하는 시간이 마음에 휴식이 된다”는 반응이 커뮤니티에서도 이어진다. “비가 오면 괜히 어디든 나가고 싶어진다”, “집에서 벗어나 문화유산과 공예를 곁에 두면 내 감정이 밝아진다”는 소감들이 쌓이는 중이다.

 

역사적 공간과 자연, 예술이 만나는 곳에서 보내는 오늘의 하루는 김포만의 시간표를 만들어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허준호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김포#김포장릉#김포아트빌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