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마지막 보루 새겼다”…국회, ‘계엄 해제’ 상징석 제막
민주주의의 미래를 향한 갈등이 다시 고조됐다. 국회는 제77주년 제헌절을 맞아 17일 국회 잔디광장에 ‘비상계엄 해제’ 상징석을 세우며 정치적 충돌의 흔적을 기념했다. 지나간 계엄령의 상흔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 여야 정치권의 평가가 엇갈리며 국회를 둘러싼 민심의 물음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상징석 제막식은 이날 오후 국회 잔디광장에서 진행됐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대한민국 국회’라는 문구가 새겨진 이 상징석은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선포한 비상계엄을 국회의 신속 표결로 해제한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 설치됐다. 행사는 우원식 국회의장, 이학영 국회부의장, 주호영 국회부의장,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여야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헌법이라는 방패로 비상계엄을 막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임을 스스로 새길 수 있게 되기까지 참으로 험난한 헌정사가 있었다”며 “민주주의는 한 번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해야 유지된다는 점을 다시 인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헌법과 국회에 대한 신뢰를 잊지 않겠다. 국민의 뜻이 중심이 되는 국회를 만들자”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계엄 선포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주 부의장은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심판에 의해 부당하고 잘못된 것임이 확정됐다”며 “헌정 중단을 막기 위해 국회가 신속하게 해제 결정을 내린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행사에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당일 의원님 한 분 한 분의 비장한 얼굴이 기억난다”며 “국민이 앞장서 비상계엄을 막았지만 저희도 일조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을 철저하게 단죄하지 않으면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설치된 상징석은 가로 5미터, 세로 2미터, 높이 1.2미터 크기로, 과거 국회 정문 앞 무궁화 광장에 있던 자연석으로 제작됐다. 국회는 상징석 아래에 2025년 대한민국 시대상을 담은 타임캡슐도 묻었으며, 이 타임캡슐은 100년 뒤에 개봉될 예정이다.
상징석 제막식 이후에는 로텐더홀에서 제헌절 경축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의장단과 전직 국회의장, 4부 요인, 감사원장, 헌정회, 7개 원내 정당, 제헌국회의원 유족회, 행정부 및 지자체 관계자, 주한외교사절 등이 참석했다. 2024년 12월 계엄 당시 맨손으로 군용 차량을 막아섰던 김동현 씨 등 5명 시민도 초청됐다.
이어진 경축식에서는 그룹 라포엠, 군악대대 성악병, 국민합창단이 ‘신라의 달밤’, ‘아침이슬’, ‘아! 대한민국’, ‘다시 만난 세계’ 등 합창 무대를 선보였다. ‘다시 만난 세계’는 계엄과 탄핵 정국 당시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함께 불러 화제가 됐던 곡이기도 하다.
우원식 의장은 이후 국회 사랑재에서 전직 국회의장단과 헌정회장, 감사패 수상자, 제헌국회의원 유족 등과 오찬을 가졌다.
국회는 이날 행사로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의 수호 의지를 거듭 다짐했다. 정치권은 계엄령 단죄 필요성과 국회 역할에 대한 논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 문제와 민주주의 회복 노력은 앞으로도 주요 정치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