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청한 바다, 걷는 하루”…영덕에서 만나는 자연·역사의 온기
여행을 떠나는 마음에 ‘날씨’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오늘 영덕에는 맑고 선선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 햇살은 지나치게 뜨겁지 않고, 바닷바람은 머리를 맑게 해 주는 온도의 하루. 요즘은 쾌적한 바람과 푸른 바다를 누릴 수 있는 영덕을 찾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예전엔 ‘해양도시’로만 알려졌지만, 이젠 걷기 좋은 트레킹 길과 역사 공간, 푸짐한 음식이 어우러지는 감성 여행의 일상이 돼간다.
특히 오늘 아침 체감 온도는 25도를 웃돌며 습도가 조금 높은 편이지만, 미약한 바람 덕분에 야외활동이 부담스럽지 않다. SNS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걷거나 해산물을 맛보는 ‘영덕 인증샷’이 차곡차곡 쌓이고, 친구·가족과의 소소한 산책을 추천하는 글들도 눈에 띈다.

변화는 통계에서도 보인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영덕 지역 도보 여행 코스인 ‘블루로드’ 코스는 연간 방문자가 꾸준히 증가 중이다. 약 64.6km의 바닷길은 바다색과 숲의 향기를 동시에 담는 명소로, 특히 B·C 코스 구간은 파도 소리와 송림이 감도는 풍경으로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부모님과 나란히 걷는 바닷길, 아이에게는 살아있는 자연 교과서였고 나에겐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 뭉클했다”는 여행객의 고백이 공감을 부른다.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을 ‘로컬 감성의 재발견’이라 부른다. 이현주 여행 칼럼니스트는 “걷기 여행은 자연을 느끼는 동시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바다와 숲, 그리고 음식까지 영덕에서는 ‘나만의 페이스로 머물 수 있는 여행’이 현실이 된다”고 표현했다. 쳇바퀴 돌 듯 흘러가는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는 셈이다.
관광객 반응도 따뜻하다. “강구항에서 막 잡은 회 한 접시에 바다향이 담겼다”, “해맞이공원 전망대에 서 있으니 세상이 한결 느긋해졌다”는 소감들이 여행 커뮤니티마다 이어진다. 오후 늦게 흐려진다 해도, 비 내리는 바닷가 풍경에 기대를 갖는 여행자도 많다. “우산 하나 챙기고, 빗속에 걷는 해안길도 색다른 추억이 됐다”는 후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여행의 의미는 단순한 풍경을 넘는다. 바다에서 솔향이 더해진 블루로드, 역사와 자연을 품은 해맞이공원, 먹거리 가득한 강구항은 영덕을 ‘걷고 싶은 도시’로 만든다. 역사에 잠시 머물다, 자연을 누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여정 속에서 각자의 시간은 조금씩 다르게 흘러간다. 오늘 같은 맑은 날, 영덕에서는 바다와 사람이 한 뼘 더 가까워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