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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자유의 무대에 선 그날”…뜨거운 동행의 시간→팬심 경계 흔드는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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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자유의 무대에 선 그날”…뜨거운 동행의 시간→팬심 경계 흔드는 울림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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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이 무대 위 자유로운 리듬 속에서 다시 한번 자신만의 세계를 펼쳤다. 홍대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린 'SUMMER VACATION' 콘서트에서 그는 정해진 틀 대신, 10대 시절의 감성과 음악을 꺼내며 팬들과 유대의 시간을 쌓아갔다. 관객들은 그간의 성장과 변화, 그리고 무대 뒤에 숨겨진 양준일의 내면까지 엿볼 수 있는 깊은 여정을 함께했다.

 

공연의 첫 무대, 그는 소년처럼 경쾌하고 싱그러운 에너지로 객석을 물들이며, 10대 시절 즐겨 들었던 힙합과 알앤비로 스토리를 이끌었다. 데뷔 앨범 때 자신에게 낯설었던 곡 ‘겨울 나그네’와 ‘오월의 교정’부터, 본인의 색을 오롯이 담아낸 2집 이후의 ‘Do It Do Me’, ‘Oh, My God’, ‘Because’, ‘Fantasy’에 이르기까지, 리듬과 몸, 언어를 하나로 아우르는 음악의 자유로움을 실감케 하는 무대가 이어졌다. 무심한 듯 시크한 자태, 박시한 티셔츠와 찢어진 청바지, 블랙 티셔츠와 블랙진이 그만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양준일의 콘서트 'SUMMER VACATION' / 양준일 팬 제공
양준일의 콘서트 'SUMMER VACATION' / 양준일 팬 제공

특히 이번 콘서트에서는 처음 접하는 곡들이 다수 배치됐다. 미국에서 자라며 접했던 다양한 대중음악과 당시 한국의 음악 문법 사이, 그는 낯선 노래와 몸짓, 언어를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으며 만들어낸 이질감마저 스타일로 승화시켰다. 공연장에서 솔직히 고백한 “자신의 곡을 다시 부를 때 겪는 감정의 홍수와 창작의 고통”은, 반짝이는 스타의 표정 너머 창작자로서의 고독과 무게를 고스란히 전했다. 그의 진심 어린 고백 이후 무대 위와 객석은 한순간에 더 깊은 연대감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양준일과 팬들의 6년 동행은 단순한 응원과 환호 그 이상이었다. 서로가 같은 역사의 동지임을 확인하면서도, 팬심이 때로는 스타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범할 위험성도 조심스럽게 짚었다. 양준일은 스타로서 자신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 ‘존중받을 자유’임을, 응원이 애정에서 소유로 변질되는 순간 경계가 희미해질 수 있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스타를 지키는 손길은 무대를 넘어, 그의 일상과 침묵, 멈춤까지 지켜주는 것임을 공연을 통해 보여줬다.

 

콘서트의 마지막, 양준일과 팬들의 시선은 한결 성숙해졌다. 적당한 거리에서 오래도록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팬의 윤리이자, 서로의 정체성을 지키는 최선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즉흥적 열광보다 오랜 신뢰, 소유를 내려놓는 자유의 언어, 요구가 아닌 감사로 이어진 진정한 연대. 양준일은 오롯이 무대 위 아티스트로, 무대 아래 한 명의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을 때, 팬들도 완전한 응원의 주체로 남을 수 있음을 노래처럼 전했다.

 

이번 ‘SUMMER VACATION’ 콘서트는 단순한 음악회를 넘어, 시간과 관계, 존중과 자유에 대한 깊은 수업이었다. 그 울림은 오늘의 박수가 내일의 기대에 짓눌리지 않도록, 모두가 서로를 적당한 거리에서 오래도록 지켜봐 줄 것을 다짐하게 만들었다. ‘SUMMER VACATION’의 무대는 그렇게 우리에게 사랑과 동행의 결이 무엇인지 다시 쓰게 했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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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summervacation#팬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