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환호성 터졌다”…김혜성, 19일 만의 안타→다저스 막판 뚝심 증명
잔뜩 긴장감이 흐르던 시애틀 T모바일 파크. 오랜 기다림 끝에 8회 초, 김혜성이 힘차게 휘두른 배트 끝에서 묵직한 소리가 났다. 19일 만에 터진 중전안타에 현장은 짧은 탄식을 삼키며 박수로 화답했다. 오랜만에 선발 출장한 김혜성의 집중력과 이를 지켜보던 팬들의 숨죽인 환호가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김혜성은 27일(한국시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5번 타자 유격수로 나섰다. 4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8회 중전안타로 개인 기록을 다시 썼다. 18일 만의 선발 출장이자, 19일 만의 안타였다. 최근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한 뒤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줬고, 김혜성에게도 드물게 돌아온 기회였다.

경기 초반 김혜성은 시애틀 투수진의 강한 구위에 고전했다. 2회 조지 커비의 시속 159㎞ 싱커에 3루수 뜬공, 4회 134㎞ 커브에 헛스윙 삼진, 6회 에두아르드 바사르도의 시속 154㎞ 싱커에 또 다시 헛스윙 삼진을 기록했다. 그러나 상황은 8회 초 달라졌다. 게이브 스파이어의 153㎞를 그대로 받아쳐 시속 158㎞로 중견수 앞으로 날아간 타구는 팬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남겼다.
비록 도루에선 아쉬움이 남았다. 곧바로 도루를 시도했지만 견제에 걸려 이날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도루 실패도 경험하게 됐다. 13번 연속 도루 성공 후 처음 맞는 실패에 김혜성의 표정에도 짙은 아쉬움이 어린 듯했다. 이날 기록으로 시즌 타율은 0.280(157타수 44안타)으로 소폭 하락했다.
팬들은 안타의 갈증을 풀어낸 김혜성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벤치 역시 오랜만의 활약에 깊은 신뢰를 내비쳤다. 무엇보다 감독과 동료들은 기회를 소중히 살린 김혜성의 집중력에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다저스는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3-2로 시애틀 매리너스를 제압하며 시즌 막바지에도 강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삶의 매 순간,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작은 변화는 그 자체로 서사가 된다. 스코어에 집착하기보다 그 한 타석, 한 걸음에 담긴 응원과 박수가 있기에 한 경기는 끝나도 희망은 계속된다. 김혜성이 다시 주전 도전을 시작한 이 경기는 미국 현지에서 9월 27일 오후 화려한 함성과 함께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