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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대부도의 풍차와 갯벌”…잔잔한 바다에서 찾는 가을 소풍의 여유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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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흐려도, 비가 내려도 바다를 찾는 이들이 많다. 예전엔 쨍한 파란 하늘만이 여행의 조건처럼 여겨졌지만, 이젠 흐린 날만의 운치에 빠져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부도에서라면 그 변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경기도 안산시에 자리한 대부도는 서해의 풍요와 함께 독특한 정취를 품은 곳이다. 13일 오전, 대부도는 흐린 하늘과 17.9도의 약간 쌀쌀한 공기가 내려앉았지만, 방아머리해변을 찾는 이들의 발길은 꾸준하다. 잔잔한 파도와 넓은 갯벌을 따라 산책을 즐기는 가족, 해변에서 고요히 물가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평화로운 풍경을 완성한다. 어느새 아이들은 갯벌에서 조개와 게를 찾아 환호성을 지르고, 어른들은 늦가을 바다 내음에 깊은 숨을 들이마신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안산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안산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안산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 새 대부도를 찾는 가족 단위 방문객의 비중이 꾸준히 상승 중이다. 특히 비 오는 날이나 흐릴 때도 테마파크와 실내 체험 프로그램 이용률이 증가했다는 후문이다.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의 산책로와 관찰데크는 날씨와 상관없이 산책을 즐기는 이들로 이어졌고, 계절별로 바뀌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 화훼단지가 SNS에서 인기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바람이 선선하고, 풍차가 도는 습지 풍경은 흐린 날 더 몽환적으로 느껴진다”며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체험하고 싶은 가족 방문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표현했다. 유리섬박물관 또한 날씨 제약 없이 예술작품과 체험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방문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여행 커뮤니티에는 “해 뜬 날보다 흐린 날이 더 여유롭다”, “갯벌과 물안개, 풍차 사진이 그림 같다”, “실내외 체험까지 있으니 갑작스런 비에도 걱정 없다”는 의견이 이어진다. 그런 흐름 속에서, 비오는 계절을 타지 않고 특별한 경험을 찾으려는 여행자들이 대부도를 재발견하고 있다.

 

결국 오늘의 대부도는 바람과 빛, 그리고 갯벌이 준 고요함이 여행의 성격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고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삶을 천천히 즐기려는 요즘 사람들의 심리가 담겨 있다. 잔잔한 바다와 함께 걷는 가을의 하루, 그 여유에서 우리 삶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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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대부도#방아머리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