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후쿠오카”…바다와 거리, 맛집에서 느끼는 일본의 숨결
여행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준이 바뀌었다. 이제는 유명 관광명소보다 숨은 동네의 풍경, 천천히 걸으며 느끼는 일상적인 정취가 앞서고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후쿠오카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바다와 고층 빌딩이 어우러진 전망, 골목마다 피어나는 포장마차의 연기, 오래된 신사에 흐르는 고요를 따라 걷는 시간이 후쿠오카 여행의 일상이 되고 있다.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후쿠오카 타워는 여행자들이 꼭 한 번 들르는 곳이다. 모모치하마 해변에 우뚝 선 유리탑에 오르면 하카타 만, 푸른 바다와 도시의 실루엣이 한눈에 들어온다. 밤이면 빛으로 물드는 야경과 함께, 작은 설렘이 피어난다. 이웃한 시사이드 모모치 해변공원은 이국적인 백사장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덕에 도심에서 특별한 휴식을 건네준다.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은 분주한 거리에서 찾을 수 있다. 하카타에는 캐널시티 하카타라는 대형 쇼핑몰이 있다. 인공 운하를 따라 다양한 레스토랑과 상점, 영화관이 이어지고, 매일 저녁이면 화려한 분수 쇼가 열려 여행객들의 눈길을 끈다. 거리로 나가면 하카타 맛집 거리, 이른바 야타이가 밤새 북적인다. 라멘과 오뎅, 갓 구워낸 꼬치구이의 향에 이끌려 현지인과 관광객이 모두 같은 테이블에 앉는다.
숫자도 흥미롭다.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후쿠오카에 머무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세대가 SNS 인증을 위해 찾는 '포토존 명소'의 인기는 더욱 뜨겁다. 이런 변화 속에 후쿠오카는 쇼핑, 맛집, 역사와 현대적 감각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여행작가 김영진 씨는 “후쿠오카의 매력은 바쁜 듯 동시에 여유로운 리듬에 있다”고 느꼈다. 그는 “깊은 밤 포장마차의 사람들, 산책만 해도 위로가 되는 오호리 공원, 너무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미식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댓글 반응도 인상적이다. “하카타역 근처 호텔만 잡아도 모든 동네를 걸어서 누빌 수 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야키토리집에서 인생 사진을 남겼다”는 등, 누군가는 특별한 명소보다 ‘소소한 하루’에 깊이 매료된다.
후쿠오카의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지하 1km 넘게 뻗은 덴진 지하상가가 나온다. 유럽풍 인테리어에 비 오는 날에도 쾌적하게 쇼핑할 수 있고, 오호리 공원 옆 일본 정원의 잔잔함에 마음이 풀린다.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 축제의 열기가 남은 구시다 신사, 그리고 학업 성취를 비는 다자이후 텐만구의 붉은 다리와 연못에서 여름 한낮의 햇살도 색다르게 느껴진다.
작고 사소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후쿠오카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어느새 여행의 의미도 달라진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