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42초11로 금메달”…이재웅, 전국육상 남자 1,500m 제패→김소은 여자 100m 우승
청명한 여름 공기를 가르며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 이재웅의 표정엔 안도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3분42초11, 오랜 훈련의 결실을 알리기에 충분한 기록임에도 그는 목표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관중석에서는 박수갈채가 이어졌고, 트랙의 주인공은 분명 이재웅이었다.
제79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1,500m 결선이 21일 강원 정선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이재웅(국군체육부대)은 3분42초11의 기록으로 2위 오창기(한국체대·3분50초60)를 여유 있게 따돌리며 한국 중장거리의 선두임을 재확인했다.

이재웅은 지난달 2025 구미 아시아선수권에서 3분42초79로 은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14일 일본 홋카이도 시베츠에서 열린 2025 호크렌 디스턴스챌린지 2차 대회에서는 3분38초55의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는 1993년 김순형이 기록한 3분38초60을 32년 만에 경신한 기록으로, 최근 한국 남자 중장거리의 르네상스를 알리고 있다.
우승 직후 이재웅은 기록에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도쿄 세계선수권 출전권 도전을 위해 남은 시간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여자부도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1500m에서는 박나연(원주시청)이 4분20초97을, 마라톤 강자 김도연(삼성전자)은 4분27초85를 기록하며 각각 1, 2위에 올랐다. 여자 100m 결선에서는 김소은(가평군청)이 11초79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1위에 올랐고, 신현진(포항시청)이 12초00으로 뒤를 이었다.
필드 경기에서는 유정미(안동시청)가 여자 멀리뛰기 결선에서 6m02를 넘어 이희진(청양군청·5m84)을 앞질러 정상에 올랐다. 경기 후 우승자들은 밝은 미소와 함께 다가올 국제대회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국육상선수권이 차분히 막을 내린 가운데, 이제 시선은 도쿄 세계선수권을 비롯한 국제무대에 모아진다. 남자 중장거리의 전성기를 이끄는 이재웅과 새로운 여자 단거리 강자로 떠오른 김소은은 다가오는 남은 시즌 동안 자신만의 페이스로 도전의 끈을 놓지 않을 전망이다. 묵묵히 트랙 위를 채운 땀이 빚어낸 오늘의 기록은, 곧 다음을 위한 쉼 없는 여정의 시작임을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