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용사 예우, 멈추지 않는다”…고정미, 와이카토 한인공동체 ‘K-가교’ 비전 제시
참전용사 예우와 한인사회 정착지원, 그리고 문화외교를 둘러싼 현장에서 고정미 와이카토 한인회장과 2천 명의 현지 한인공동체가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올해 6·25 전쟁 75주년을 맞아 열린 마지막 공식 참전용사 초청 ‘피스 선데이’ 행사에서 고 회장은 “방식만 달라질 뿐, 감사와 예우는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인회와 지역사회, 호국 보훈을 둘러싼 세대 간 화합이 관심을 모은다.
지난 6월 29일, 뉴질랜드 북섬 해밀턴에서 치러진 와이카토 한인회의 ‘피스 선데이’는 1997년부터 이어진 참전용사 섬김의 마침표를 찍었다. 세월이 흐르며 한때 30명이 넘던 참전용사는 이제 5명만 남았다. 고령을 감안해 공식 행사는 이번이 마지막이지만, 현장엔 참전용사와 유가족 12명, 한인 및 현지인 150여 명이 함께했다. 고정미 회장은 “브라이언 참전용사가 15세 소년병 시절을 회고할 때 모두가 숙연해졌고, 이 감동은 감사 정신의 증거”라고 전했다.

와이카토 한인회는 1995년 설립 이후 정착지원 플랫폼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고 회장은 “한인회는 현지와 함께 걷는 가교”라며, 참전용사 예우·정착지원·문화교류가 주요 축임을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때 외교부, 재외동포재단과 협력한 특별기 운항, ‘올인원 인포메이션 데이’ 등 한인 정착 토탈서비스 제공 경험은 높은 신뢰로 이어졌다. 한인사회 고령화에 대응한 ‘K 실버 미팅’, 계층을 아우른 무료 음식 제공, 청소년·부모·취약계층 맞춤 사업도 계속됐다.
현지사회와의 접점을 넓히는 ‘K-페스티벌’은 해마다 5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표 문화외교행사로 자리잡았다. 불고기, 비빔밥, K-POP, 전통예술, 한복패션쇼 등 프로그램은 다문화 교류의 장이 됐다. 고 회장은 “문화외교는 함께 웃고 맛보는 일상에서 시작된다”며, “해외 한인들은 현지와 함께 호흡해야 빛을 낸다”고 했다.
한인회가 해밀턴 시청, 재외동포청, 뉴질랜드 정부 등과 협력해 다양한 무료사업을 펼친 점, ‘신뢰와 투명성’을 원칙으로 정부와 공공 펀드를 유치한 과정도 강조했다.
고정미 회장의 봉사 경력은 교육 현장에서 더욱 뚜렷했다. 2000년부터 24년간 와이카토 한국학교에서 한국어·역사 교육을 맡았고, 뉴질랜드 한글학교 협의회 및 오세아니아 한글학교 협의회 등 재외동포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그는 "이제는 현지 사회와 맞물린 교육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며 미래형 ‘희망 인프라’로서 교사의 소임을 강조했다. 한편 다민족협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며, 한복을 매개로 뉴질랜드 내 한국문화 확산에 나서고 있다.
고 회장은 영국 여왕 공로 훈장, 해밀턴 시민봉사상,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 세계한인의 날 국민포장 등 국·내외에서 수상 경력이 있지만 “모든 상은 한인들과 현지인, 자원봉사자의 몫”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그는 “참전용사 지원을 생활·기록사업으로 전환, 정착지원은 연중 상설로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오는 11월 8일 열릴 ‘K-페스티벌’에선 노년-청년-다문화가 어우러지는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날 행사로 한국과 뉴질랜드를 잇는 한인 공동체의 역할 강화와 함께, ‘지속가능한 예우와 정착, 문화외교’의 현장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와이카토 한인회는 앞으로도 ‘K-가교’로서 양국을 잇는 활동을 확대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