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골목과 미식의 도시”…전주 한옥마을, 삶을 품은 여름 여행지
여름에 접어들며 전주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주는 예로부터 맛과 멋의 고장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하루쯤 찬찬히 걷고 머물고 싶은 여행지의 일상이 됐다. 고즈넉한 한옥 골목부터 골목길마다 깃든 이야기가 그만큼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전주 한옥마을은 도심에 자리잡은 700여 채의 전통 한옥들이 군락을 이루는 곳이다. 한복을 차려입고 느릿하게 골목을 산책하는 풍경, 박물관에서 전통 문화를 체험하는 모습이 SNS에서 흔하게 등장한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한 주말 오후, 곳곳에서 한복 차림의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고 저마다의 시간을 보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전주 한옥마을은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국내 대표 명소다. 연령에 따라 체험 방식에도 차이가 보인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은 직접 떡메치기나 한지 공예를 즐기고, 젊은 연인들은 경기전, 전동성당 등 근처 랜드마크 곳곳에서 추억을 쌓는다. 가을이면 경기전 돌담과 은행나무, 단풍이 어우러져 여행객의 발걸음을 붙든다.
전문가들은 이런 전주만의 감성이 ‘시간의 결’에 있다고 표현한다. 지역문화해설사 김현정 씨는 “한옥마을과 재래시장, 오래된 공장까지 모두가 한 도시 안에서 조화롭게 공존한다는 점이 전주의 가장 큰 매력”이라 느꼈다. 이어 “전주에서는 전통이 일상이 되고, 일상이 곧 문화가 된다”고 덧붙였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여유는 시장과 골목에서도 이어진다. 남부시장 야시장에는 각종 길거리 음식과 전주 먹거리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저녁마다 붐빈다. 젊은 층이 북적이는 객리단길엔 독립서점, 카페, 레스토랑이 모여 있다. 실제로 한 20대 여행객은 “전주는 다른 도시보다 번잡하지 않아 걷는 것 자체만으로 힐링이 된다”고 느꼈다.
덕진구에 위치한 덕진공원은 이 계절, 연꽃이 만개해 산책하는 이의 마음을 적신다. 호수 위 연화정에 앉아 책을 읽다보면 잠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하다. 한때 사용됐던 공장이 복합문화공간 팔복예술공장으로 변신한 모습도 인상적이다. 전시 공간이 된 공장 내부에서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경험한다는 감상도 많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여행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일상 구석구석에 있다”, “전주는 언제 가도 실망 없는 도시”라는 목소리가 많다. 전주에서의 하루는 특별한 도시의 축제가 아니라, 우리의 평범한 삶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올여름 한 번쯤 전주에서 ‘나만의 시간’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